등산로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ㆍ쓰레기ㆍ가전제품 등
휴식 위해 찾았다가 오히려 인상 찌푸릴 일이 더 많아

등산로에 버려진 담배꽁초

계룡산에서 내려다보는 고현동을 비롯한 주변 일대의 경치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 날씨까지 맑아 거제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첫 계룡산 산행이라 길이 익숙하지 않아 정상까지는 가지 못했으나 용산마을로부터 통신탑을 올라가는 등산로까지를 목표로 삼고 탐방에 나섰다.

최근 내린 비로 인해 등산로 주변 곳곳이 미끄러웠지만 이날 산행을 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계룡산을 오르는 동안 곳곳에 산불조심을 알리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지난 1997년 큰 산불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각별한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해 붙여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산불조심을 알리는 표어가 무색할 만큼 산을 오르는 중간에 만난 시민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주변의 시선조차 아랑곳 하지 않았다.

특히 등산로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담배꽁초는 다른 등산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치우는 사람조차 없으니 담배꽁초는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심지어는 산불조심이라고 쓰인 현수막 앞에서도 담배꽁초가 발견되기도 했다. 산불조심이라는 표어가 무색할 뿐이다.

이날 등산 중 만난 고현동 주민 김모 씨는 "이러다 산불이 날지도 모르는데 흡연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흡연하는 것 같다. 올라가는 등산로에는 그렇게 많지가 않은데 '고자산치'나 포로수용소 유적부분에 꽁초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특히 사람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곳은 항상 많은 양의 꽁초들이 발견됐다. 고자산치에 있는 정자 중 하나에도 산불조심이라는 표어가 명확히 적혀 있음에도 많은 양의 담배꽁초가 발견되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또 다른 시민 윤모 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등산로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거제시민으로서 참 부끄럽다"면서 "혹시나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흡연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쓰레기장으로 전락

등산로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도 문제지만 등산객들의 이마를 찌푸리게 하는 또 다른 골칫거리는 바로 쓰레기였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등산로이기 때문에 이미 예견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용산마을 입구에서 출발한 등산객이나 계룡산 둘레길을 차를 몰고 올라 온 사람들이 중간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쉼터가 조성된 곳이 '고자산치'다. 이곳은 선자산과 이어지는 기착지로 선자산을 등산하던 이용객들도 쉼터로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고자산치에는 거제의 명산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억새밭이 잘 조성돼 있어 등산객들이 쉼터와 함께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룡산 등산을 하거나 선자산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머물러 가는 곳이다. 취재 당일 고자산치에 도착했을 때 등산객들은 그곳에서 산행으로 지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을 나눠먹고 있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먹고 남은 음식들은 검은색 비닐봉지에 넣어 챙겨갔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교묘하게 감추기 위해 쉼터의 벤치 아래나 풀 숲 등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대부분 귤 껍질이나 과자봉지 등이었다.

쓰레기들은 버린지 얼마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최근 이곳을 지나 간 등산객들의 소행으로 보였다. 이런 종류의 쓰레기 외에도 고자산치를 지나 통신탑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페인트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녹 슨 상태로 봐서는 방치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였다. 특히 방치된 페인트통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페인트는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마저 낳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등산에 나선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이 페인트통을 차거나 밟고 지나가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낭떠러지 부근에 부서진 TV 잔해가 있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 고의적으로 그곳에 TV를 버린 것으로 보였다.

● 안전사고에 노출된 등산로

계룡산 둘레길은 포장돼 있는 부분이 일부 있다. 임도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포장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위험요소가 있다. 포장된 도로 곳곳이 파손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는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불편을 토로했다. 창원에서 왔다는 이모 씨는 "아내가 거제사람이라 놀러온 김에 등산을 왔는데 임도라고 하지만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불편하다"면서 "산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가끔 길이 파손돼있는 곳을 보면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파손된 구간 중 심각한 곳은 철사가 드러나 사고의 위험까지 높다. 차량의 경우 타이어 펑크로 이어질 수 있고 등산객이 지나다가 부상을 당할 우려마저 있었다.

특히 이곳은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탑에 상주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러한 파손의 원인으로 ATV(산악용 사륜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의심했다.

애초 포장할 당시 ATV에 대한 계산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ATV가 자주 다니다보니 포장 곳곳에 균열이 가고 파손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이외에도 둘레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빙기를 맞아 일부 비탈이 무너지면서 드러난 것으로 이대로 방치될 경우 많은 비가 오면 비탈 전체가 무너질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안전조치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등산객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등산객 김모 씨는 "계룡산은 거제시민들에게는 하나의 자산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을 위해 시에서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계룡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기분전환 하러 왔다가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거제 11대 명산 중 하나인 계룡산을 지킬 수 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산을 위한다면 더욱 아름다운 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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