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회사원
천명관 작가의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된 '고령 화 가족'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하나같이 철부지인 세 남매와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홀로 뒤치다꺼리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평범한 가족이라는 이름에 고령화가 덧붙여진 것이다.

우리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소설에서나 현실에서 보면 환경이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가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소설에서도 돈을 벌지 못해 결국은 어머니에게 찾아가는 둘째 아들이나,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가는 셋째 딸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불우하고 복잡한 가정이 만든 가족간의 불화나 사회에 대한 비판만은 아니다. 험한 세상에서 힘이 되어주고 기댈 수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제일 든든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또 재밌게 살펴본 점은 바로 핏줄의 부재이다. 이 고령화 가족은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이 아니다.

첫째 한모는 어머니의 피가 섞이지 않았고 아버지의 피도 섞이지 않은 인물이다. 셋째 미연은 어머니가 나가서 다른남자와 사랑을 해서 태어난 인물이다. 부모님의 피를 온전히 물려받은 인물은 둘째 인모 밖에 없다.

가족간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이 혈연이 아닌 것으로 더욱 갈등이 심해졌지만 그저 함께 살아온 인연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고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위대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가 누구나 그렇게 느끼고 있지만 잘 생각하지는 못하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철부지 다 큰 자식들을 아무 불평없이 보듬어주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배 다르고 피도 섞이지 않은 형제들이지만 누구보다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이 고령화 가족도 어려운 한 고비를 넘기고 행복해 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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