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에 대하여 - 장 보드리야르 著

▲ 김민학/대학생
이 책은 포스트모너니즘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보드리야르의 유작이다. 작가는 이전의 작품인 <시뮬라시옹>에서 현대사회를 설명하는데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어 냈다.

여기서 등장하는 두 개의 용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전자는 원본에 대한 복제를 뜻하는 말이며 후자는 시뮬라크르 만들어 내는 과정을 뜻한다. 작가는 이런 과정 속에서 실재가 사라지면서 가상실재로 대체되는 하이퍼리얼리티(초실재)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작가는 책에서 '사라짐'이라는 것을 사진, 회화등의 예술을 통해서 설명한다. 사라진다는 것, 그것은 먼저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글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에서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원본에 대한 복제가 사진, 영화를 통해 등장하자 이전의 예술작품이 추구했던 가치를 잃어버리고 '아우라'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보드리야르는 벤야민의 개념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나아가는 변화를 통해 '사라짐'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렇다면 사라짐이란 것은 과연 무엇인가. 디지털 세계속에서 인간은 기계에 종속되어 정작 자신의 모습을 상실해 버렸고, 사진은 왜곡과 변형을 통해 원본이 가졌던 수많은 가치를 파괴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런 근본적 원인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와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이며 결국 실재를 사라지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보드리야르는"지나친 디지털화, 이것은 기계속에 인간의 모든 지능이 탑재되고 기계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인간은 오직 자신의 죽음의 대가로만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곧 이미지의 죽음과 사라짐이 결국 나 자신의 사라짐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땔 수 없고, 시내에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 이미지와 상품이 즐비하다. 한 번쯤이라도 스스로 이런 하이퍼리얼리티의 왜곡된 이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사라진다는 것이 그렇다면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책에서 작가는 "사라짐은 우리 없는 세상이 어떠한지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일 수 있다. 또는 종말 너머를, 주체너머를, 모든 의미 너머를 소실선 너머를 보고자 하는 욕구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사라짐의 역설을 강조하는 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자신을 텅 빈 껍데기처럼 모든 것을 비운 채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이런 사라짐 속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과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줌으로서 스스로 일깨워 주길 원한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