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 지난 20일 토론회 통해 가능성 타진
거제고전문학 전문가 고영화 씨 등 참석해 다양한 의견 제시

▲ 고현천을 고전문학이 어우러진 수변공간으로 조성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늘푸른거제21 시민위원회가 지난 20일 이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공간에 대한 작은 시도가 진행됐다.

민간 주도로 열린 토론회에서 거제의 특성을 살린 유배문학 및 고전문학을 통한 문화공간 조성이 그것이다. 정형화된 일률적 공간을 벗어나 거제시민들의 정체성 확립, 쉼터 제공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왕배)는 지난 20일 오후 2시 고현동주민센터 대회의실에서 '거제시 고현천변 문화공간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시민들의 여유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는 고현천 정비사업과 관련 고현천에 거제와 고현의 역사가 숨 쉬는 고전문학로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지역출신의 고전문학연구가이자 향토사학자인 고영화 씨의 발제에 이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이날 토론회는 거제시의회 이행규 의원, 공간디자인 전문가 김윤희 박사, 거제경실련 김용운 집행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문화소통 공간으로서의 고현천

▲ 토론회 발제를 맡은 향토사학자 고영화 씨.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고영화 씨는 고현천 정비사업과 관련 '친수생태문화 하천'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거제시가 계획하고 있는 고현천 정비사업을 홍수범람 및 누수·붕괴 예방 등 치수기능에 덧붙여 자연친화적인 생태하천의 기능과 수변공간을 이용해 유배문학과 고전문학 등 관련한 문화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천정비 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4가지 사안으로 △편안한 하천 △생태적 하천 △문화가 깃든 하천 △소통과 융합의 공간 등을 제시했다.

편안한 하천과 관련 △안전하고 위험요소가 없는 하천 △홍수나 범람, 누수 및 붕괴 없는 안전한 하천 △징검다리, 구름다리 설치 △호안정비, 고수부지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태적 하천을 위해서는 △맑고 깨끗한 하천, 정수시설 완벽 정비 △생태습지, 자연친화적 하천 △생물서식지 보호 △생태탐방로 △수생식물 보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가 깃든 하천으로 개발을 위해서는 △고전문학 하천 테마길, 시비(詩碑), 안내문 △문학마당, 공원 확보 △쉼터, 정자나 누각 건립 △거제 대표적인 조형물 설치(대구어·갈매기·팔색조 등) △거제 정체성이 담긴 거제 상징물 제작 등 공간조성을 역설했다.

소통과 융합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청소년 문화마당 △음악분수 △웰빙운동기구 △자전거 전용길 △주차장 확보 △각종 편의시설 △야외 소공연장 △학생 야외수업, 소풍 등 각종 행사장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문화가 깃든 하천으로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거제의 유배문학과 고전문학이 어우러진 고현천 개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세대에게 우리 거제가 갖고 있는 유배문학과 고전문학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시점에 관계 없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공간조성은 거제의 정체성 확립과 자부심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거제와 관련한 유배문학은 현재 1400여 편이 있으며 고전문학도 120여 편에 달하며 이 중 고현성 관련 100여 편, 고현천 관련 30여 편이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고전 및 유배문학과 관련 독보적 위치에 있는 거제의 유산을 방치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그는 "약 500년 전 옛 신협읍 일대에 유배 온 이행·홍언충·이윤·이려·김세필·정황 선생 등의 훌륭한 시들을 문동폭포에서 고현천 중류 둑길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하고 거제고전문학작품도 함께 배치한다면 거제의 문화역사 길을 만들 수 있다"며 "이 길은 거제시민들의 정신적 안락처가 될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거제유배 후손들의 찾아오는 관광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전문학로, 거제 정체성확립의 기회 

고영화 씨의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문화공간 조성과 관련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한 공간디자인 전문가 김윤희 박사는 "고현천 변에 고전문학로를 조성하는 사업은 거제의 정체성 확립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른 지자체들의 하천정비 사업을 보면 복합적으로 진행하다보니 특성없는 사업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고현천은 주제를 정리해서 구체적인 실시계획과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고전문학로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생명력 있게 계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패널로 나선 김용운 씨는 "고현천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시민의견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건설·환경·문화예술·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접목돼야 한다"면서 "고현천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개발돼야 하며 시민전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부 의견만 반영될 경우 끊임없이 불만이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고전문학로가 조성되는 것으로 결정되면 세부계획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고현동에 있는 문학작품만을 할 것인지 거제시 전역에 산재한 작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전문학로 조성은 관광 수익보다 시민들의 쉼터역할에 의미가 있다"면서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가운데 다양한 교육, 문화적 활동이 고전문학과 연계돼 자주 진행된다면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제시의회 의원들을 대표해 참석한 이행규 시의원은 "현재 고현지역에는 인구 12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실제적으로는 20만명이 거주할 것으로 추계되지만 시민의 휴식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고현천 정비사업은 역사성과 문화에 대한 조사와 검증을 철저히 해서 전문가·주민·행정·의회·언론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존 정비사업에 부수적으로 문화를 접목시키려면 추가비용이 필요한데 전문가 검토를 통하면 적은 예산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자료는 고영화 씨가 발굴했기 때문에 형상화하는 작업을 이 부문 전문가와 토론하면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고현천 정비사업에 고전문학로를 조성하는 것과 관련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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