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著

아버지가 없어서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는 일곱 조카들을 위해 겨우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체포돼 19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한 장발장.

인권은 땅 속으로 내리 꺼지고 억압과 구타, 노동착취를 당하며 지옥과도 같은 감옥에서 혹사당한 그는 출소를 하게 됐지만 세상 밖은 감옥 안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죄인이라는 표식은 그를 뒤따라 다녔고 잠잘 장소와 일 자리 조차 구할 수 없었던 장발장은 살기 위해 유일하게 그를 거둬줬던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얼마 못가 체포된 장발장. 미리엘 신부는 사랑으로 그를 용서하고 장발장은 타락한 자신의 모습에 울부짖으며 새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강한 의지력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장발장은 이름을 바꾸고 가난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아낌없이 도와 모든 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시장이 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그는 교도소 안에서 자신을 관리 감독했던 자베르 장관을 다시 만나게 된다.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레 미제라블'은 우리에게 장발장으로 더 유명한 소설이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도 손꼽히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레 미제라블'은 대서사시로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신분 세탁이후 선행을 베풀고 사는 장 발장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냉철한 경감 자베르의 대립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들이 분산되어 전개된다. 팡틴은 하층민을 대표하는 인물로 어린 딸을 양육하기에 너무나도 고단한 삶을 통해 계층적인 갈등을 드러낸다.

코제트와 마리우스, 에포닌의 삼각관계, 자유를 추구하는 프랑스 학생 혁명군의 6월 항쟁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묵직이 담고 있다. 피 끓는 혁명정신과 노동자와 농민들의 저항 정신,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애를 다룬 이 문학은 찢겨지고 좌절됐던 우리의 독립운동과 오버랩되며 슬픔이 스며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 혁명'의 피의 물든 사투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역사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참한 바닥 생활에서부터 쟁취한 혁명의 승리는 그들의 가슴 속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우리 역사 또한 피와 투쟁의 역사다.

이 작품을 보며 아마 많은 이들이 기미년 3월1일 그날의 함성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결코 쉬이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레 미제라블에서 나오는 프랑스 학생혁명군의 투쟁은 하층민이 아닌 귀족 자녀들로부터 시작된 혁명정신이라는 사실에 벅찬 가슴을 숨길 수 없다.

자유와 민주를 향한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제로부터 독립을 외쳤던 우리의 함성이 아직도 종로거리에 울린다.

-이영희/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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