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말 환초도인으로 불린 홍자성이 쓴 '채근담'이라는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공인지악 무태엄(功人至惡 毋太嚴) 요사기감수(要思其堪受). 우리말로 풀이하면 '남의 허물을 책하는데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남을 비판하고 교훈을 줄 때 지켜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남을 비판할 때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그 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잘못을 고쳐나갈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 말이 절대적 진리는 아니다. 그저 초야에 은거해 살던 선비가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말에 수긍하는 이유는 절대적 진리는 아니지만 보편타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모 선출직 공인(公人)과 임명직 공인(公人)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는 보편타당성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었다.

특히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초청돼 온 공적인 자리에서 고성이 오가고 몸부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그런 일을 벌인 두 사람 모두가 자격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사태의 발단은 임명직 개인의 감정에서 출발했다. 선출직이 쓴 신문기고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다.

"계속 씹어주세요"라는 속된 표현으로 선출직을 꾸짖은 것이다. 이를 맞받은 선출직은 "정치인으로서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응수했다. 서로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라는 뜻을 간과한데서 비롯됐다.

특히 자리가 개인적 감정을 아무렇게나 표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공인들이 사석도 아닌 곳에서 표출한 개인감정은 그대로 거제시의 이미지가 돼 전국 각지로 전파됐을 것이다. 그 장소에 있던 전국 각지에서 온 사회복지 관련자들이 모두 목격했기 때문이다. 무례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사회복지가 가장 잘 실현되는 도시 중 하나로 간주돼 거제에서 개최됐지만 무례하기 짝이 없는 도시에 불과했다는 이미지로 막을 내린 셈이다. 공인(公人)의 도(道)가 초야의 한 선비보다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