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애 계룡수필 회원

온 세상이 연초록인 요즘은 괜스레 기분이 좋다. 화려하고 예뿐 꽃들도 좋겠지만 난 꽃보다는 참한 소녀 같은 연한 잎들이 훨씬 좋다.

창을 열면 싱그러운 바람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또 무엇으로 하루를 채워갈까? 생각하다 즐거워진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영화를 봐야겠다. 오월 오일이 어린이 날이었지만 내 병상생활로 인해 일요일에 서로 맞추어보았다. 기분 좋게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오월 개봉작인 영화 ‘스파이더맨 3’를 보기로 했다.

병원아래 도로가 엉망이다. 양쪽 도로변에 맘대로 주차한 차들 때문에 불편하기가 짝이 없다. 새로 가게를 개업해 장사하는 사람을 생각해서 참고 지나치는데 그 날은 유달리 엉망진창이다.

그런데도 식당 쪽에선 주차에 아예 관심조차 없다. 나는 중앙선을 넘어 천천히 운전을 해야 했다. 마침 차량의 궁둥이 부분을 쑤욱 내민 채로 주차를 하고 내리는 젊은 남녀를 본다. 외식에다 즐거운 데이트 시간을 가질려는 모양이다.

“저기요! 차를 그곳에다 그렇게 주차하시면 이곳을 지나는 차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또한 위험한지 아세요?”

힐끗 돌아보며 잘 생긴 남자가 내뱉는 말,
“왜요? 나만 여기 주차했나요? 저 차들은 하는데 왜 나보고만 그래요?”

말문이 막혀 버린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예쁘게 잘 차려입은 날씬한 아가씨가 날 우습다는 듯 째려본다. 난 지나치기로 마음먹고 창문을 닫아버린다.

그런데 속에서는 자꾸만 뭔가가 울컥거리는 게 영 개운치가 않다. 동방예의지국까지는 운운하지 않더라도 그 젊은이의 머릿속 논리가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이 하기 때문에 같이 휩쓸려 간다는 생각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맘 같아선 스파이더맨이라도 불러 혼내주고 싶다.

말이라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들을 말이 뻔하다. ‘아줌마는 도대체 뭐요?’ 그렇다면 난 정말 시민의 한 사람인 거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 그래서 화가 더 난다.

같은 시민의 입장으로 내가 불편하면 당신도 불편할 수 있다는 의식으로 이해하고 미안해 할 수 없을까. 힘이나 벌금으로 해야 지킬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이 위법을 해도 나는 하지 말아야지 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인의 주차의식을 바로 잡는데 십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거제시에서 주차단속을 하면서 한국인은 삼십 년은 걸릴 것이라는 소릴 들었다. 참 속상한 일이다. 언젠가 본 표어가 생각난다. ‘백번 주울 생각을 하지 말고 한번 버릴 생각을 하지 마라.’ 정말 명쾌하다.

이런 방식으로 생활을 한다면 우린 많은 예산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고, 복지예산에 투입해서 더 좋은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길가엔 빨강색 줄장미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그 뒤에서 아카시아 꽃이 향을 터뜨리며 무리지어 미소를 보낸다.

찔레꽃마저 무리지어 피어오른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거제도다. 이런 축복을 오래 간직하고 살아가는 현명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시장이라도 한 바퀴 돌며 아는 이웃을 만나 반기며 풍요로운 삶을 꾸리고 싶다.

아이들과 본 영화 ‘스파이더 맨3’에서 길 가던 할아버지 한 분이 스파이더맨의 선행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에게 한 말이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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