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논밭과 옥색 바다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마을, 1973년 대한조선공사 설립으로 360여 주민 이주
옥포대첩기념탑·옥포정 들어섰던 당등산도 사라져…아양·아주 및 공원건립추진위, 망향비 건립

 
 

옥녀봉과 국사봉이 감싸 안은 자리. 길고 넓은 모래사장과 몽돌해변이 조화를 이룬 옛 아주·아양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아주천이 바다로 향하고 드넓은 논과 밭이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고즈넉하고 풍요롭던 옛 아주·아양 풍경은 대한조선공사가 들어서면서 180도로 변했다.

수많은 공사차량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넓은 백사장과 옥빛 바다는 자취를 감췄다. 옥포대승첩기념탑과 옥포정이 자리했던 당등산도 깎여 나갔다.

아양1·2지구와 아주1·2·4지구 마을에 살던 360여 가구 주민들은 떠밀리듯 정든 고향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관송·당목·독뫼·장터마을은 사라지고 탑곡과 용소마을은 위치를 옮겨 아직까지 남아있다. 주민들이 떠난 곳. 양아지구라고 불리고 있는 이곳에는 대한민국 조선업의 중추인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서 있다.

사라진 당등산, 그곳에 서린 추억

양아지구에는 당등산이라는 곳이 있었다. 옥녀봉과 국사봉이 양 날개모양으로 옥포만을 감싸고 있던 마을 중앙부에서 목이 긴 거위머리 같은 형상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던 낮은 산이다. 이 당등산을 중심으로 좌우 해변은 모래와 자갈로 나뉘어져 있었다.

민가와 늙은 해송이 해안변에 위치해 기막힌 풍광을 연출하던 곳이었다. 당등산에는 당등산성이 있었다고 한다. 당등산성은 신라시대 아주현이 있었을 때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져 온다.

당등산성은 안과 밖이 두겹으로 축조돼 있었다. 안쪽은 산의 자연지형을 활용해 흙과 잔돌을 활용해 쌓여져 있었고, 바깥쪽 벽은 직경 0.8~1m 가량의 돌을 가지런히 쌓아올린 모양새였다. 당등산성은 옥포만의 전초기지로 임진란 때 옥포대첩을 가능하게 한 망루로 사용되기고 했다고 한다.

그 뒤에도 옥포진, 조라진과 유대를 갖고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고 전해진다. 당등산성 안에는 우물이 있었고 마을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내던 당집이 있었다. 그래서 이 산을 당등산이라 불렀고, 그 아래쪽 마을을 당목마을이라 칭했다.

1959년에는 옥포대첩기녑탑이 당등산에 세워졌다. 당시 거제군민의 마음을 모아 세워진 옥포대첩기념탑은 지역학생들의 옥포대첩에 관해 쓴 글이 탑신에 들어갔다.

이후 1963년에는 옥포정까지 세워져 옥포대첩기념행사가 성대히 치러졌다고 한다. 특히 아주지역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의 소중한 소풍장소와 휴식처가 되기도 했다.
 

세계경기 침체에도 옥포조선소 건립

옥포조선소 건설은 당시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에 따라 추진됐다. 이에 따라 1973년 5월초 옥포조선소의 건설계획이 확정됐고, 1973년 10월11일 대한조선공사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1973년 7월말에 일어난 오일 쇼크로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옥포조선소와 같은 대단위 조선소 건설의 필요성과 경제성의 논란이 일었다.

결국 옥포조선소 건설공사는 1976년부터 사업성과 건설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건설 공정 30% 상태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이로부터 2년 뒤인 1978년 정부는 대우를 사업주체로 변경해 옥포조선소 건설 사업을 재추진해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으로 성장하게 됐다.
 

양아지구 이주민, 망향비 건립 아픔 달래

대한조선공사가 들어서면서 고향을 떠났던 양아지구 이주민은 365세대 25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망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아양·아주 망향비 및 공원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망향공원 조성과 망향비 건립을 추진했다.

이같은 추진위의 활동에 거제시가 1억8000만원을 들여 망향공원 1287㎡를 조성했고, 재부 장승포향인회가 높이 3.5m, 두께 1m, 폭 1.2m의 화강암 재질의 망향비를 지원했다.

추진위는 거제시 홈페이지를 통한 이주민 찾기에 나서 대부분 소재를 파악해 망향비 뒷면에 365세대주 이주민의 이름을 일일이 새겨넣었다.

양아지구 망향비 제막식은 2012년 10월29일 대우조선해양 동문 앞에 조성된 망향공원에서 이주민과 지역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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