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연안에서 갓 잡아 올린 거제8품… 단골손님 입맛 사로잡는 마력 발

 청정바다 거제를 대표하는 멸치는 거제8품에 선정된 명실상부한 향토 특산물이다. 명절이나 외지의 친척들이 방문할라치면 마른멸치 한 박스 정도는 손에 들려 있을 만큼 사랑받고 있다. 멸치 한 박스에 효(孝)와 애(愛), 훈훈한 정(情)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다.

무심하게 지나치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푸욱 우려진 멸치 국물에는 거제 어민들의 수고로움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멸치가 서민적인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민들의 대표 먹거리 멸치, 그 중에서도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멸치만 손수 골라 시민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이가 있으니 바로 고현동 농협중앙회 뒷골목에 위치한 '미래식당(대표 염순녀)'이다.

30년 경력의 염순녀 대표가 운영하는 미래식당은 단골들만 아는 숨겨진 맛집이다.

규모는 작지만 한번 찾아온 손님은 바로 단골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이 식당은 항상 단골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여자 단골손님들이 많은 게 이 식당의 특징이다. 까다로운 이모들의 입맛을 일단 충족했다는 증거다.

기자가 식당을 찾은 날, 장마로 인해 평소보다 손님이 적다며 머쓱해하는 염 대표지만 테이블 위에는 싱싱한 채소와 손수 만든 밑반찬의 향이 가득했다. 염 대표가 직접 장을 보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식당은 신선하지 않은 재료는 취급 자체를 않는다. "내 눈으로 확인한 재료들만이 믿고 요리 할 수 있다"는 신념의 염 대표는 "식품업체에서 배달해주는 재료들은 믿을 수 없다"면서 "좋은 음식,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우리 가게를 믿고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도리가 아니겠냐"며 요리에 대한 철학을 대신했다. 순수 국산만 고집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손님이 많아 재료가 다 떨어지는 날에는 오후에 나가 다시 장을 보기도 한다. 메뉴는 갈치조림, 추어탕, 곰탕, 돼지두루치기, 뼈없는 닭발 등 다양하지만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으뜸은 바로 싱싱한 '멸치찜'이 곁들여지는 '멸치쌈밥'이다.

가을·겨울에는 곰탕, 봄·여름에는 멸치쌈밥과 갈치조림, 철에 따라 인기있는 음식이 다르지만 미래 식당에서 손님들이 즐겨찾는 원조는 멸치쌈밥 하나다. 기자가 찾은 날도 어김없이 손님들의 테이블은 죄다 멸치쌈밥으로 채워져 있었다. 2인 기본 1인 7000원이라는 가격에 한 상이 아주 후하게 차려진다.

거제의 싱싱한 생멸치는 매일 아침 직영으로 구입하고 육수와 양념은 3~4일 분량을 직접 숙성시켜 냉장 보관 한다고. 많은 손질을 거쳐 만들어지는 멸치쌈밥에는 염 대표의 노하우와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 상추쌈에 밥과 된장, 그리고 멸치 한 마리를 올려 입 안에 넣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주방장이 바뀌면 음식이 맛이 없다"며 직접 요리하는 염 대표는 손맛을 위해 장갑을 사용하지 않아 손이 거칠고 흉터로 엉망이다. 또 맛만 보고도 재료를 알아내는 혀는 장금이도 울고 갈 천부적 미각이다.

"이대로 소박하게 가게를 꾸려가고 싶다"며 "맛있게 먹었다, 또 오겠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는 염 대표. 그의 소박한 마음을 알기 때문에 단골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고집을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고집스럽게 찾는 것이리라. 습하고 무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는 계절, 머리 끝까지 짜증이 밀려온다면 감칠맛 나는 멸치쌈밥 요리로 달래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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