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청소년 문화를 조명한다

예산지원부족과 인력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 지적…市 "문제점 개선과 적극 활동 지원"
고현·옥포 지역 문화활동 집중…내년 중곡동을 시작으로 장승포·거제면 설립계획 밝혀
청소년 및 학부모 "다양한 학생들 참여와 학교나 기관에서도 적극적인 홍보 필요" 전해  

번데기에서 나방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애벌레'가 있다. 막 솟아오른 새싹도 완전히 꽃으로 만개하기까지 '꽃봉오리'로 한참을 살아간다.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그 어떤 것보다 목표를 위해 살아가고 완성되거나 혹은 사라질 위기에서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애벌레는 곤충이 되기 위해, 꽃봉오리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위해 누가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가장 열심히 움직인다. 그래야만 열심히 살아온 애벌레와 꽃봉오리는 결국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어린아이에서 완전히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어른이 되기까지는 청소년이라는 과도기를 겪는다. 가장 목표가 절실하고, 도전에 빛이 나며 '사춘기'라는 좌절을 쉽게 맞볼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그러나 공부, 즉 스펙이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스스로 빛을 내야 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스펙쌓기와 결부된 불순한 동기와 결부시키는 문화가 만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 청소년 문화의 문제점

수련관과 문화의집의 지도사들은 각 6명과 3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청소년 문화활동에 있어서 큰 문제점은 예산지원 부족과 청소년지도사 인력부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실제로 나라가 보호해야 할 4대 약자인 장애인·노약자·청소년·유아 중 청소년 관련 지원금이 가장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아보다 청소년의 지원금이 많았다.

최근 이슈가 된 육아문제 대두와 지속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보육료 지원 등 지원분야가 다양해지면서 학업 중심의 청소년들에게 지원이 점차 무뎌지게 된 것이다.

거제시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거제청소년문화관과 옥포청소년문화의집을 살펴봐도 청소년 지원사업 중 청소년 문화존 운영에 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되지만 지난해 연간 8회 운영하던 문화존 행사를 10회로 늘리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1회당 이용할 수 있는 지원금이 500만원밖에 되지 않아 턱없이 부족해진 상태다. 이는 결국 문화존 행사의 질적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옥포청소년문화의집은 공공청소년수련시설 프로그램 운영에 연간 800만원이 지원되지만 전적으로 무상 제공되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특히 문화의집은 자생적 기관이 아니어서 동아리 행사 참여나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차량 지원이 어렵다.

청소년지도사의 인력부족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주말이나 휴일마저 반납하고 일에 몰두하는 지도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이 담당해야하는 청소년 수가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청소년문화의 질적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인원부족으로 인해 청소년 관리에 집중해야 할 지도사들이 청소 및 대관업무 등도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다보니 이직율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점은 정책이나 수련관 자체만에 있는 것이 아니다. 취재 중 만난 중고생자녀를 둔 A 학부모(45)는 청소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솔직히 대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라며 "소득수준과 청소년 문화 활성화는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B씨(47)는 "학부모가 관심이 있는 자녀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며 "일반적인 학부모들도 알 수 있게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문화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안내문이라도 발송해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풀어나가야 할 문제점은 수없이 많다는 입장이다. 거제청소년수련관은 위치적 접근성과 주차장 시설 부족 및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건강한 토지 부재를 꼽았으며 옥포청소년문화의집은 내부 프로그램 지자체 관심부족과 동아리 프로그램의 대중적 치우침을 지적하며 다문화 프로그램이나 해외문화교류탐방 등 소수적인 프로그램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독려했다.

◆청소년 문화의 청사진

물론 청소년 문화에 대한 견해는 호불호가 따른다. 원하는 만큼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을 하는 것이 당연하며 반대로 나름 현재에 만족해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떻게 하면 좀 더 청소년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하는 훌륭한 지도사들과 적극적인 관심을 내비치는 청소년 및 학부모, 그리고 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김형만 관장과 이상영 관장은 거제시 청소년 기관이 경상남도 우수기관에 선정되고 800여개의 시설 중 9등의 영광을 안겨 준 가장 큰 원인으로 청소년 지도사들의 역량과 성실함을 언급했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발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제시청소년수련관 김형만 관장은 "앞으로 거제시 청소년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청소년들을 초청해 거제의 역사나 관광지를 탐방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며 "조금만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면 거제의 프로그램이 우수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5월 준공 계획 중에 있는 중곡동 거제시청소년문화의집 건립은 꺼져가는 거제 청소년 문화활동에 불씨가 돼줄 것이다.

4층 규모의 건물로 시 행정과 지도사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정작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설립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곡동 청소년 시설이 완공된 후에는 차차 장승포동과 거제면에도 문화의집 설립 계획을 논의 중이다.

주민생활과 아동청소년담당 추완석 계장은 "실질적으로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전해야 하는 입장에서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하반기부터는 시비를 좀 더 투자해 원활하고 알찬 문화활동 지원에 적극 임할 것이며 부족한 점은 얼른 개선해 자체적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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