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시장 내「고현옷방」…중년여성 전문 의류판매 25년, 오랜 노하우로 '친절·공감' 선사

'매의 눈'을 가진 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전 중년여성들이 단지 무난하고 평범한 옷을 사입는데 그쳤다면 시대가 변함에 따라 패션과 질은 필수요소가 됐다.

'그냥 아무거나' 입던 무난함이 어른이나 아이할 것 없이 메이커를 찾는 까다로운 소비자로 변한 것. 이런 이유로 시장 내 일반적인 옷가게들이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이를 거스르고 '다양한 옷'과 '푸근함'으로 승부하는 옷가게가 있다.

고현시장 내 '고현 옷방(대표 이재헌)'은 가게에 들어서기 전부터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옷들로 눈길을 끈다. 중년여성들을 타겟으로 하다보니 옷의 유형은 한정돼 있지만 색상이나 디자인에서 편히 입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격대비 좋은 제품을 판매한다.

그렇다보니 한 번 가게를 들른 손님이라면 한 손 무겁게 옷들이 들려있는 것은 당연할 일. 이런 결과가 가능한 이유는 대표 이재헌 씨와 부인 이숙향 씨가 25년간 한 자리를 지켜오며 서울과 부산에서 생산되는 옷들을 손수 고른 덕분이었다. 

25년전 공직생활을 하던 이 대표는 장모의 권유로 아내와 함께 옷가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회의감이 들었던 공직생활을 제쳐두고 시작한 옷가게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일으켜 나날이 수입이 늘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는 고현시장에서 완벽하게 자리잡아 단골손님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아내 이숙향 씨가 가게손님을 맞이하며 물건운반이나 가게운영 나머지 일을 하고 있다. 부인 이 씨는 "오래 옷가게를 한 것도 있지만 같은 중년여성으로서 '공감'으로 손님을 대했더니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가게만의 장점은 종류가 다양하고 연령에 상관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거리낌없이 발걸음을 돌릴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에 있다. 하지만 어딜 가나 그렇듯 억척스러운 손님으로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달전 옷을 몇 벌 구입해 놓고 자신은 한 벌 밖에 사지 않았는데 옷 가격이 많이 나왔다며 다그치러 온 손님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의 기억에는 분명 여러벌을 구입해갔는데 한 벌을 샀다고 자꾸만 다그쳐서 자세히 알고 보니 손님이 옷을 사서 서랍 속에 그대로 넣어두고 잊어버린 것이었다고.

이 씨는 "그런 손님들을 종종 볼 때면 당황스럽고 때론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하기도 하지만 오랜기간 노하우로 대처능력도 나날이 커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웃으며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손님들이 있는 반면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거제는 뱃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고기잡이에 편한 옷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매번 옷을 팔다가 보면 재고가 남기 마련인데 이 옷들을 처분하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해드렸더니 고맙다며 생선이나 반찬거리를 챙겨서 주실 때면 이 일을 한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그는 이렇듯 "가게를 해오면서 가장 큰 소득은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이제는 고민상담을 할 때나 나누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단골손님들은 이 옷가게를 찾아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이 씨는 앞으로 힘 닿는데까지 이 가게를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손님들이 선호하는 옷들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해 '구입해서 후회없는' 우리만의 옷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시장을 찾은 중년여성들이 이 가게를 지날 때면 한 번쯤 쓱 훑어보게 만든다.

가게 옷을 살피던 기자도 어느샌가 '어머니에게 어떤 옷을 선물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부담없이 옷 한 벌을 장만하고 싶을 때, 가격대비 알맞은 찾고 있다면 고현시장을 방문해 '고현옷방'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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