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던 여학생을 미팅에서 만났던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학은 생소한 학문이었다.

물론 그가 배우는 학문적 가치보다 미모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뽀얀 피부에 큰 눈을 했던 그는 유난히 친절하고 말씨 또한 상냥했던 것으로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아마 10~20년 후면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도 크게 향상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거예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게 얼마나 보람 있겠어요."

아마 그때 그런 꿈을 안고 살았던 그 여학생은 지금쯤 어느 곳에서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지혜택을 줄 수 있는 공무원이 될 거라고 했던 꿈을 실현했다면.

하지만 최근 그 시절을 한 번씩 추억하며 복지직 공무원을 하고 있을 그 여학생을 떠 올릴 때면 '과연 행복할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유난히 컸던 그 눈망울에 매일 같이 눈물이 고이는 것은 아닌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이 돼버린 지금도 걱정이 되곤 한다. 복지직 공무원들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와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사건이 최근 석 달 사이에 발생했다. 다른 문제도 아닌 과중한 업무, 즉 격무에 시달리다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 이외에도 복지담당 공무원 중 상당수가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5년 사이 복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복지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이에 맞춰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담당 공무원은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정책은 이전보다 45% 늘었으며 대상자는 158%라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반해 복지담당 공무원은 겨우 4.4% 증원되는데 그쳤다.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이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는 반면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인원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 단체들마저도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처우에 대한 문제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러한 무관심 속에 제대로 일처리를 못한다는 질책을 당하기 일쑤였다. 부족한 인원에 담당 업무는 많다보니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치 않는 민원인들의 불만 또한 계속 쌓였을 것이다. 결국 양측이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극단적 선택을 했던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이 같은 경우를 당했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되는 부분이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호소할 방법 또한 제대로 갖지 못한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거제시의 복지담당 공무원들도 아직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지만 다른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다. 오히려 업무량으로 따지자면 복지직 공무원 평균 업무량을 상회하고 있다.

복지담당 공무원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민원인이 평균 73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과다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전국 평균 5000여 명과 비교해도 2300여 명이나 더 많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한다.

마침 거제시가 이러한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고충을 처리하기 위한 순회 간담회를 갖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면·동 일선부서 담당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현황과 문제점 등을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복지업무를 감안한다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충원을 위한 방법적 모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가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더 이상 격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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