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 著

▲ 김성희/주부
우리들의 시작은 작고 초라했지만 그리고 아직도 서투른 발걸음이지만 우리는 씩씩한 걸음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기뻐하고 자축하는 마음에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함께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고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더 많이 이야기할 공감이 있어 좋다.

이제 중년을 훌쩍 넘어 세상에 당당히 혼자 맞설 수도 있을 줄 알았는데 살아갈수록 세상은 어렵고 버겁다. 사는 일이 뜻대로 안되고 힘겨울 때, 우리는 지난날의 따뜻한 기억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흘러서 멀리 가버린 듯해도 언제나 추억과 함께 사분사분 살아 언제이고 문을 밀고 들어가면 지난날 아무리 궁핍하고 무궁무진한 놀이와 천진한 웃음이 크고 찬란하게 우리를 채웠으며 내일의 기대로 가득했던 아름다운 무지개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향의 산천에서 자애로운 부모와 형제, 또래의 사촌들 그리고 벗과 지낸 시간과 사건은 어머니의 후원과 깊은 사랑이 지극히 순박하고 순수한 영원에 빛이 되었다. 조

선왕조의 몰락과 일제강점기라는 커다란 소용돌이는 소년에게 청년으로 성숙해 가는 성장의 아픔과 놀라운 변화를 안겨줬지만 존엄한 존재의 가치는 좌절보다는 용기, 절망보다는 도경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구라파까지 꿈의 세계에 발을 딛는 여정도 아름답고 잔잔함 파도로 일렁이는 드라마 같았다.

이미륵 박사의 실로 개인적인 성장과정의 일기이면서도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소소한 일상에서 곱게 채색되었고 하찮은 일상의 것들도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바라본 민간 신앙과 소작인들의 삶과 시장의 풍경들 그리고 종교적 신비함까지 낱낱이 스케치한 세심한 감수성이 놀랍다.

그의 겸손하고 은은한 인격으로 신지식과 서양 문화를 소중하게 접촉하고 낯선 땅, 낯선 환경을 외경하며 조용히 스며드는 조화와 수용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한국의 정서를 유려하고 활달한 문체로 독일에 알리고 서양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을 흠모하게 만드는 애국자 역할까지 하셨다.

이미륵 박사의 아름다운 정서와 고상한 인품은 그리고 수용과 조화를 아는 지혜는 저 어린시절에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과 자연의 넓은 품에서 형제 자매들과 친구와의 즐거운 놀이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늦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유년을 추억하는 부모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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