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고질이 결국 낫지 않았다. 벌써부터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대한 걱정을 앞서게 한다.

새누리당은 오는 4월24일로 예정된 거제시 제2선거구 경남도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공천을 확정했다. 하지만 공정성에 의문을 품은 모 예비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예비후보는 이번 공천과 관련 절차를 무시한 사천(私薦)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때부터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할 명분을 찾던 공천 신청자들이 반복해 온 레퍼토리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선 당의 결정에 반발하는 당원에게 문제가 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결정을 내릴까. 한편으로는 그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公薦)이 정말 공정(公正)했다면 오히려 탈당을 결심한 신청자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 공천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침묵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탈당을 결심한 그를 비난하는 이가 없다.

이번 공천과 관련 새누리당 경남도당 공천위원회는 "3명의 후보자에 대해 도덕성, 전문성, 지역사회봉사활동, 경쟁력 등 종합적인 서류 심사, 후보자 개별 면접심사, 지역 여론수렴 등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강기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정과 관련 어떠한 객관적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역 여론수렴도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여론조사도 없었다.

특히 공천된 후보는 이전부터 지역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에서의 활동도 두드러진 게 없다. 당 기여도나 경쟁력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이와 반대로 탈락한 후보들은 이미 새누리당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한 후보는 여성 당원으로서 꾸준한 당내 활동을 통해 기여도를 높이는 한편 시민단체 활동을 지속하며 지역에서의 인지도를 높였다.

다른 한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후보였다. 당시 당선이 확실시되던 김해연 후보를 상대로 과감히 새누리당 후보가 되겠다고 자처하며 당의 체면을 세웠다. 당시 이 지역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취약지역이었다.

이외에도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세 후보가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그들의 이름이 크게 논란이 됐던 적이 없으며 공직 경험이 없는 세 후보 모두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된 후보가 탈락한 후보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 있다. 프로필에는 노동자로 시작해 노동조합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돼있지만 현재 그는 사업가이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넉넉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공천될 만한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결국 이번 결정은 공천위원회의 독단이거나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공천된 후보가 이전부터 김한표 국회의원과 연결되고 있다는 설(說)이 돌았다. 이 모든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이번 공천에서도 새누리당은 공당(公黨)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만드는 결정을 했다.

공당으로서 공천과 관련한 내용을 당헌·당규에 두고 있지만 정작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구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공천신청자들에게는 당당하게 공개하고 결정에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직 공천위원회에 참석했던 위원들과 최종 결정권자인 중앙당 최고위원회만 그 내용을 알고 있을 뿐이다. 지극히 폐쇄적이고 봉건적 관료주의 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폐쇄성과 관료주의적 사고가 레퍼토리처럼 반복되는 공천심사 후 탈당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번 탈당사태도 결국 이런 공식이 만들어 낸 셈이다.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가 걱정되는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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