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이용 정육점 홍보…인근 가게도 벤치마킹

언제부터인가 고현중앙시장 한 곳에서 마이크를 통해 서울말을 쓰는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언니 이 고기 사 봐. 순수 국내산에 품질은 내가 책임진다니까."

반말 섞인 목소리지만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 날리는 코멘트에 화가 나기 보다는 친근감이 앞선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 이상규(34) 씨. 그는 오늘도 마이크를 잡는다. 이어 큰 목소리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외친다.

"네. 무엇을 드릴까요?"

손님들이 주문한 고기를 정성껏 포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 있습니다. 또 오세요"

숨 돌릴 틈 없이 손님들은 계속 찾아오지만 상규 씨는 힘든 내색이 없다. 손님들에게 힘든 내색을 했다간 그날로 장사는 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

2007년 처음 고현시장 한 구석에 정육점 문을 연 순간부터 마이크로 홍보를 한 게 어느덧 6년이다.

사장 고광오(34)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여 꾸린 가게인 만큼 편안한 마음에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해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작한 마이크를 활용한 마케팅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6년째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이 있는데다 새로운 손님들도 계속 생기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 홍보를 하며 장사하는 것과 마이크 없이 장사를 하면 하루 매출이 56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하니 밤 10시까지 장사하는 동안 힘이 들더라도 6~7시간 정도는 마이크를 붙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마이크로 홍보를 시작한 이래 주변 몇몇 정육점에서도 마이크를 활용한 호객행위를 따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시도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서로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따라한다고 뭐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유까지 부린다. 그런 여유로움이 부족해서인지 상규 씨네 외에 마이크 홍보를 시작했던 가게들은 하나 둘씩 마이크를 내려놓고 다시 평범한 정육점으로 돌아갔다. 다 내려놓고 1개의 정육점만이 남아 상규 씨처럼 마이크를 통한 호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단골손님이 "양 듬뿍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면 1g이라도 더 얹어주려고 하는 상규 씨는 고기를 건네주며 능청스럽게 한 마디 내뱉는다.

"사랑합니다. 언니. 안녕히 가세요"

시장에 어둠이 내리면 상규 씨도 그제서야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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