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동 현대자동차정비 옆 제주국밥

제주서 공수해 온 고기·뼈로 고은 담백한 국물 '탁월'
쫄깃한 면발 자랑하는 '수타' 고기·멸치국수도 '별미'

국밥은 말 그대로 뚝배기에 더운 밥을 담고 국을 부어 파 등을 넣어 먹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국밥은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데 국에 밥을 말아서 나오는 게 경상도 식이다. 그래서 경상도 지역에는 다른 곳과 달리 '따로국밥'이라는 메뉴가 존재한다.

국밥을 처음부터 말아서 내오지 않는 것은 밥의 전분이 국물에 퍼지면 국물의 깔끔함이 사라지며 밥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인데, 오히려 퍼진 것을 더 선호하는 부류도 많아 말아서 나오는 곳이 지금은 보편화됐다.

국밥은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콩나물국밥, 김치국밥, 선지국밥, 시래기국밥 등 종류도 엄청 많은데, 돼지국밥도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돼지국밥은 물론 순대국밥, 내장국밥, 순대와 내장·고기가 두루 섞인 섞어국밥 등으로 나뉜다.

기자의 어머니도 진주에서 10년 가량 국밥집을 운영했는데 국밥은 별 고민없이 '만만한 한 끼'로 먹을 수 있는 메뉴지만 '맛있는 국밥'을 손님 상에 내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동반된다.

최근 지인의 소개로 '맛깔스런 국밥집' 한 곳을 찾았다. 장평동 경남은행 골목 현대자동차정비 옆에 있는 '제주국밥(대표 박순옥)'이 그 곳이다. '제주국밥'은 지난 설을 쇠고 난 뒤 개업을 해 아직 오픈한지 한 달이 채 안됐다.

장평동에서 '롤 & 파스타'라는 분식가게를 6년 가량 운영하다 업종을 바꿔 이번에 개업하게 됐다고. '제주국밥'은 6000원에 돼지·내장·순대국밥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으며, 돼지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시래기국밥도 5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이곳의 국밥 특징은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혹시 국물이 깊은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겠지만 제주에서 공수해 온 고기와 뼈를 고아 만든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가게 한 켠에는 '저희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필요하신분은 말씀하세요'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조미료 맛'을 선호(?)하는 손님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다. 기호에 따라 새우젓·소금·후추·부추 겉절이 등을 곁들여 입맛에 맞춰 먹으면 된다.

'제주국밥'은 또 개업과 동시에 한국외식업중앙회 경상남도지회의 '남은 음식 제로운동'에 참여해 김치와 깍두기 등 밑반찬을 손님들이 원하는 만큼 덜어먹을 수 있게 해놨다.

박순옥(54) 대표는 "국밥은 뭐니뭐니 해도 국물 맛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양질의 재료를 이용해 맑으면서도 뽀얀 국물을 만들어낸다"며 "깊으면서도 담백한 맛을 위해 국물을 우려내는 시간과 불 조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국밥 가게를 열게 된 계기와 '제주국밥'이라는 상호를 내걸게 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결혼을 한 뒤 제주에서 18년 가량을 생활했고, 그 뒤 남편의 고향인 거제에서 머물 때 드는 제주에 대한 아련한 추억으로 '제주국밥'이라는 상호를 내걸게 됐다.

또 제주에서 생활할 때 국밥집을 운영하던 지인이 쓰러져 대신 가게 일을 도와주다 국밥을 만드는 노하우를 배우게 됐고, 그 노하우를 더욱 갈고 닦아 지금의 국밥 가게를 운영하게 된 것. 그 때문에 '제주국밥'에는 고기국수·멸치국수와 같은 '제주특미'를 국밥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면을 직접 뽑는 게 아니라 제주에서 꽤 유명한 가게에서 수타로 만든 면을 공수해 와 국수를 끓여 제공하기 때문에 쫄깃하면서도 독특한 면발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주특미' 외에도 우럭이나 광어를 이용한 회국수와 여름철이면 냉국수도 선보이고 있다.

환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입맛을 잃는 경우가 많다. 따뜻한 국물이 그리운 겨울도 다가오는 봄에 밀려 내년을 기약해야 할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깔끔한 국물로 얼어붙은 마음도 녹이고 잃기 쉬운 입맛도 살릴 수 있는 국밥 한 그릇 어떨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