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행용 칼럼위원

▲ 박행용 거제신문 사장
한 때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 김정일이 죽자 극심한 체제불안으로 한반도 정세를 매우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하고 김정은 권력이 빨이 안착(安着)하도록 도와주자는 주장이 있었다.

환언하면 "세습은 분하고 한탄스러운 일이지만 세습(世襲)이 성공해야 한반도 불안한 정세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령체제가 흔들리는 건 북한체제의 불확실성을 높여서 남북관계에 불안을 몰고 올 위험요인으로 상존(常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은 가히 과대망상(誇大妄想)적이며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1월23일 유엔 안보리가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금지를 규정한 유엔의 결의를 무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전례없는 단호한 대북제재 2087호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은 곧바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군사력을 질량(質量)으로 확대 강화하는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할 것이며, 6자회담은 사멸(死滅)되고 한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1월25일에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국이 유엔제재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3차 핵실험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을 다녀온 일부 국내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살아있을 때의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식견있고 판단력이 뛰어나며 머리회전이 빠르고 솔직하다"는 평(評)들을 늘어놓았다.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쥔 장기독재자일수록 언변(言辯)에 거침없는 법이다.

시민군의 총을 맞고 처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리비아의 카다피도 그를 만난 사람들의 일성(一聲)은 "인자한 지도자이며 왕중의 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김정일 37년 철권정치의 결과물은 몇 개의 핵과 텅빈 곳간 뿐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다행히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대표도 美·中 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핵 인식은 김무성 특사와 시진핑 총서기의 대화를 통해 韓·中 양국간에 북핵불용의 원칙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외교적 성과도 이어졌다.

이제 우리는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차원을 높이면서 북한문제를 놓고 중국과도 깊이와 신뢰가 곁들인 전략대화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강경반응은 예상된 수순이고 그 협박에 위축돼선 안된다. 3차 핵실험에 대한 모든 대응 시나리오를 면밀하게 세워나가야 한다.

한·미·일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일차적으로 안보리차원에서 2087호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천하고 2월1일부터 유엔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은 우리 정부는 가장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하기를 바란다.

북한은 한국정부의 단호한 대응의지와 주변 열강들의 국제공조가 실현될 때 그들도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겠는가. 북한 3대 세습의 암울한 환경에서 버텨왔던 북한 동포를 포용하고 새로운 민족사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우월의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적 발전 때문에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존재했기 때문에 경제발전도 가능했다는 역사의 진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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