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著

이정기/연초면·회사원
나는 소설책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조창인의 '가시고기'다.

이 작품의 주인공 다운이는 백혈병 환자다. 그리고 그런 그를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던 아버지는 자신이 말기 암 환자인 것을 알게 됐지만 끝까지 다운이를 위해 헌신했다. 그 덕분에 무사히 수술을 마친 다운이는 어머니를 따라 프랑스로 가버리고 아버지는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 이야기는 다운이의 시점과 아버지의 시점, 두 가지 시점으로 전개함으로써 다운이의 고통을 담음과 동시에 백혈병인 아들을 제대로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한계를 느끼고 죄책감마저 가지는 아버지의 심정이 가슴 저리도록 다가오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더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아버지가 얼마나 자식을 사랑하는지 부모로서의 위대한 사랑을 아버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기존에 존재했던 편견을 과감히 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도 인기를 끌었지만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던 '가시고기'의 충격과 화제에는 못 미쳤던 것 같다. 이 작품이 더욱 와 닿았던 것은 가시고기의 삶이 작품 속 아버지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 가시고기는 새끼들이 알을 깨고 부화할 때까지 10여 일을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다른 고기들로부터 알을 보호하다가 죽고 새끼들은 그 시체를 먹으며 성장한다고 한다.  아빠 가시고기의 삶이 씁쓸하기는 해도 너무나 헌신적인 사랑이기에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과연 이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갓 아버지가 된 사람들, 곧 아버지가 될 사람들 혹은 아버지를 가진 자식들. 그 모두에게 이 책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을 본 뒤에는 다소 낯간지럽더라도 오늘 저녁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이라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우리네 아버지들은 가시고기처럼 쓸쓸한 최후를 맞지 않게 해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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