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사생아 - 엘리프 샤팍 著, 한은경 譯

김송현(학생·수양동)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조카 녀석에게 동화책을 선물하기 위해 들른 고현시내 서점에서 새로운 판형의 책을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이스탄불의 사생아'라는 소설이었다. 16절지 절반 크기의 책이 두께가 무척 두꺼웠고 제목도 사실 야릇했기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엘리프 샤팍이라는 작가의 매력에 푹 빠졌다. 특히 소제목들이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기 위한 재료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 샤팍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터키의 민족적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 소설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살고 있는 열아홉 살의 소녀 아시야 카잔지. 그녀가 바로 책 제목에 나와 있는 사생아이자 주인공이다. 그녀의 어머니 제리하는 아름답지만 임신중절을 시도했던 반체제적 인물이다.

아시야는 3대에 걸쳐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친척여성들 사이에서 길러진다. 카잔지 가의 남자들은 일찍 죽거나 무스타파처럼 영원히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형제 무스타파는 몇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르메니아계 미국인인 아마누쉬는 터키로 되돌아가는 여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누쉬의 어머니는 무스타파를 만나 결혼하게 되고 새롭게 맞이한 터키인 가족을 통해서 아마누쉬는 터키로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된다.

그녀는 터키에 의해 자행된 1915년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의 배경 위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은 채 자라났다. 그녀는 그녀의 뿌리와 그녀의 새로운 터키인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스탄불에 온다.

터키에서 만난 카잔지 가의 여성들은 아마누쉬 가족의 고통을 애도하지만 터키인들이 책임이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바누 이모는 신비한 힘으로 진실을 엿보게 되고, 무스타파가 두 가족 간의 이야기를 밝혀낼 오래된 비밀을 안고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며칠 뒤 무스타파는 바누가 내민 아슈레를 받아 들어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죄어왔던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무스타파의 장례식 날, 어지러운 이스탄불의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 아시야와 아마누쉬는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인생의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게 된다.

김송현(학생·수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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