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춘 전 국제신문 기자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사회 전반이 썩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왠지 불안하다.

시급한 대책마련 없이 시기를 놓치면 어디를 먼저 손대야 할지 고민만 하다 침몰하거나 무너지고 말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국가안보와 세금폭탄, 각종 규제로 실오라기처럼 꼬여있는 현실직면의 경제문제와 함께 개방과 고도성장으로 발생한 치안문제에 정치권과 당국은 빨리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어린이 유괴사건과 살인, 방화 등 각종 사건을 접하면서 우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곳으로 급부상한 거제지역 치안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피력해보고자 한다.

‘나는 도둑 기는 경찰’

최근 거제가 3만 달러 시대에 근접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알려지면서 각종 범죄행위가 잇따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설을 전후해 도심 지역인 신현읍과 옥포지역에 도둑이 극성을 부렸고, 도박과 교통사고 뺑소니 사건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찰 내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건 자체만 들여다보면 거제 치안의 불안감과 함께 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만 높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범죄행각이 지능적일지라도 경찰은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 사건발생시 시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산다고 소문난 거제에 틀림없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예비 범죄자들로 시민들의 걱정이 증폭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주어진 현실이 어쩔 수 없다면 대안을 찾아가며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계상황에 처해있는 경찰의 현 주소’

경남지방경찰청 산하에는 1급 경찰서가 6곳이 있으며, 2급서 6개와 나머지 3급서 10곳이 있다.

1급서는 창원 2곳(중부·서부), 마산 2곳(동부·서부), 진주, 김해경찰서. 2급은 진해 통영 사천 거제 밀양 양산이 해당되며 나머지 함양 의령 산청 거창 등은 3급에 해당된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획일적으로 인구 25만을 기준해, 이상이면 1급서로, 이하면 2급서와 3급서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면적과 그 지역의 발전정도 및 범죄발생 여건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을 인구비례에 의해 결정지어놓은 것은 우리나라 치안에 큰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급수 분류가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서의 크기가 아니라 바로 민생치안에 가장 필요한 경찰병력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청이 운용하는 1급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 5백여명의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거제가 포함된 2급서는 절반 규모인 2백50-2백6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1급서라 하더라도 결코 인구비례에 비해 경찰력이 남아돌기는커녕 늘 부족한 실정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구수와 관계된 급수 결정 이전에 상황이 급변하는 특정지역에 대한 치안문제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색다른 대책마련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비교하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급수에 해당되더라도 인구 10만을 조금 넘는 도시와 20만명을 넘어선 거제시와는 엄연히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2-3위 규모의 대우·삼성조선소가 위치해 있어 외국인들의 왕래가 빈번한데다 조선호황으로 IMF가 없었던 거제시.

오는 2010년 거가대교 개통과 대전-거제간 고속도로 연결, 마산 창원과 거제 장목을 연결하는 대교 개통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거제경찰서의 현주소는 2급서의 한계로 경찰력 2백60여명에 불과하다.

2백60여명의 경찰력에 20만 시민의 안위를 맡기고 의지하기에는 밀려오는 불안감 이전에 차라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어울릴 것 같다.

그것도 지원받고 있는 전·의경도 24명뿐이어서 실질상 경찰력 운용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인구 10만인 신현읍의 경우 40여명이 3교대로 근무를 설 수 밖에 없는 현실과 함께 산하에 있는 사등파출소(7명)와 대교초소(3명), 가조도(1명)에까지 11명이 배치돼 있어 실질상 방대한 신현지구 치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니 ‘나는 도둑 기는 경찰’이라며 비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경찰이지만 “한 번 정도는 어려운 처지를 너그럽게 봐 달라”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듯싶다.

폭탄으로 거둬들인 세금은 어디로 갔는지 차라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혈세를 사용한다면 아직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뒷짐 지고 있는 정부가 한스러울 뿐이다.

대안은 없는가

합천, 의령, 산청 등의 3급 경찰서는 인구 3-4만에 불과한 지역이다.

물론 지역이 넓어 범죄예방의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 10만명을 넘어선 경남 거제 신현지구대의 경찰병력 40명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옥포지구대도 마찬가지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 거제경찰서, 행정, 의회,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 관계당국에 끊임없는 건의서 제출과 방문 등으로 특별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어린이들에 대한 범죄예방을 위한 학교와 가정의 철저한 교육 및 성인들의 음주 후 빠른 귀가, 부녀자들에 대한 차량 운전 문제점과 금융사기 등에 대한 시민단체와 경찰 당국의 교육도 절실하다.

마을 방범대에 많은 봉사자를 모집하고 최소한의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거제는 대한민국에서 노출된 미래의 예비 범죄사고 다발지역으로 변해 갈 것이 분명하다.

경찰을 중심으로 전 시민이 조심하고 범죄예방에 참여하지 않는 한 도둑과 범죄자들은 우리 곁을 계속 배회할 것이다.

“아무리 비밀키를 달아 놓아도 알아보니 아무 소용이 없다더라”고 전해준 어느 경찰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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