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동시킨 책] 위대한 침묵-이윤기 著

이정학 (거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그리스 로마신화' '그리스인 조르바'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씨를 산문집 '위대한 침묵'을 통해 만났다.

'위대한 침묵'은 인문학적 지식과 풍부한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 아버지이자 훌륭한 소설가, 번역가로 살아왔던 그가 2010년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아는 많은 독자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함께 했다. 

날마다 지혜를 만나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새어가는데도 세상과 맞설 철학은 도무지 성숙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겸손함. 집으로 찾아든 고라니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애잔하게 보여준다.

작가와 많은 친구들과의 교류가 끈끈한 인간미로 다가오고 이윤기가 갖고 있는 방대한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었으며, 젊은 시절엔 베토벤을 알고 음악에 심취돼 가면서 청각에 이상이 생겼다는 이야기.

어머니는 한 번도 날 무시하지 않았다 편에서는 "내 아들 딸도 부모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능멸 당한 적이 거의 없다. 지금 잘 자라 있다. 사람은 남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능멸당한 경험이 없으면 남을 무시하거나 능멸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무한 사랑도 보여준다. 

이윤기의 '위대한 침묵'은 우리 주위의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 느끼게 하며, 인생에서의 행복은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잘 일깨워 주는 한 권의 책이었다.

작가는 떠나고 없지만 죽음은 죽는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순간에 이뤄진다는 것. 이렇듯 잊히지 않고 있으니 작가의 떠난 자리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너무 덥다. 94년 이후 최고의 더위 앞에 거제도의 산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산업 역군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애타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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