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칼럼위원

세계인의 축제인 2006년 월드컵 축구가 7월 10일로 그 막을 내렸다.

붉은 악마의 열띤 응원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독일의 축구 현장에서도 응원과 풍물놀이로 온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에서, 한국은 16강 진입 실패, 주최국 독일은 많은 사람들이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고 3위로 끝났다.

그리고 2002년에 실패했던 이태리와 프랑스가 각각 우승 준우승을 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뜻 있는 한국사람들은 우리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축구에서 비록 16강 진입이 어렵다하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이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우리국민들의 흥분과 좌절감이 어떤 결과로 분출될 것인가가 걱정되어서였다.

다행히도 우리는 토고 팀을 이겼고 준우승국인 프랑스와 비겼다.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은 물론 독일의 하늘에도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우리 선수가 16강 진입에 실패하고 귀국한 6월 25일 오후, 인천 공항은 붉게 물들었다.

꽃을 든 소녀부터 손자를 업은 할머니까지… 패배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을 냉대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이번 축구팀의 귀국은 금의환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52년 전 스위스월드컵에 첫 출전했을 때 한국은 헝가리에 0대9로 패했다. 그 후로 2002년 한국·일본이 공동주최였을 때, 홈그라운드의 이점인지 히딩크 감독의 마술인지는 모르겠으나 4강전에 진출했다.

그때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해외경기에서 한번도 이긴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토고 팀을 이기고 강적 예술의 축구팀이라는 프랑스 팀과 비겼다.

1954년 국민소득 70달러의 한국팀이 들고 간 ‘선수단비(團費)’가 겨우 200달러였던 때로부터 이제는 나라나 축구나 모두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제 한국축구에는 투지와 집념이 넘친다. 그 무엇보다 꿈이 일렁인다. 마술도 기적도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도 모른 채 우리 안에서 잠자고 있던 ‘힘의 씨앗’에 눈이 돋은 것이다.
한국 축구를 키운 햇빛과 물과 바람은 나라를 세우고 일군 지난 50년 간의 자신감이다.

한국축구는 이제 자신을 키우고 사랑했던 나라와 국민에게 자신감과 함께 우리 스스로에 대한 사랑의 능력을 되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진정 우리의 꿈이 다시 한 번 2002년의 영광을 넘어서서 세계의 축구 우승국이 되는 것이라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수는 물론 온 국민들이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디면서 차곡차곡 꿈을 실현해 나가는 의연한 지세가 필요할 것이다.

여태까지처럼 축구의 국제 경기에만 온 국민이 열광할 것이 아니라 국내 경기도 즐기고 사랑하면서 우리의 꿈을 바탕서부터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계속해서 지난날과 같이 국내 경기에 무관심했다가 국제 경기에서 이겨주기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불로소득이요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기에 말이다.

우리가 축구의 우승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경구(警句)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패자는 넘어졌다가 일어서면 뒤를 보지만 승자는 넘어졌다가 일어서면 앞을 바라봅니다, 패자는 구름 속의 벼락을 보고 무서워하지만 승자는 구름 위의 태양을 보고 기뻐합니다. 패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지만 승자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듭니다. 패자는 바람을 보고 돛을 내리지만 승자는 바람을 보고 돛을 올립니다. 패자는 파도에 삼킴을 당하지만 승자는 파도를 타고 더 잘 갑니다. 패자는 성공도 휴지를 삼지만 승자는 실패를 거울로 삼습니다. 패자는 매사에 비겁한 요행을 바라지만 승자는 용감하게 개척을 시도합니다. 지나간 일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패자요, 희망찬 내일을 꿈꾸고 설계하는 사람은 진정한 승자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말들인가. 비단 축구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삶은 물론 나라의 살림 등 세상살이에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귀한 명구(名句)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진정 이 나라가 축복 받은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면, 매사에 승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과거에 얽매여 있을 것이 아니라 언제나 꿈을 잃지 말고 미래를 향하여 적극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월드컵 축구가 우리에게 준 의미가 오히려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참다운 승자의 길이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우리 모두가 생각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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