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달 동안만 먹을 수 있는 거제도 병아리

▲ 사백어 회무침 직전.
3월이 되면 거제지역 남부연안을 찾아드는 반가운 봄 손님, 죽은 후에 몸이 흰색으로 변한다해 이름 붙여진 ‘사백어’가 올해도 어김없이 거제연안을 찾아왔다.

3월 초순부터 4월 초순까지 딱 한달 가량만 맛 볼 수 있는 ‘사백어’. 반가운 봄 손님을 맞으러 한걸음에 거제시 동부면으로 향했다.

▲ 사백어 부침개.
동부면사무소 앞에 위치한 ‘명화식당’. 허름한 간판 하나만 떡 하니 걸려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사백어’ 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사백어’가 많이 잡힌다곤 하지만 이 봄철 진객을 원하는 입들이 많아 점심때를 놓치면 헛걸음을 하기가 일쑤다.

▲ 통에 담겨있는 사백어들.
식당 안에 들어서니 아이들 두셋이 들어가도 될 만큼 큰 대야에 ‘사백어’가 담겨있다. 4-5cm크기의 ‘사백어’들이 못해도 수만 마리는 돼 보였다.

식당 안 여기저기서 ‘병아리’를 외치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거제지역 주민들은 ‘사백어’를 ‘병아리’라 부른다).

일행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백어 무침과 부침개를 먼저 주문했다. 식당 안이 사백어 부침개 냄새로 진동한다. 입안에 침이 절로 고였다.

살아있는 사백어가 식탁위에 올랐다.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파, 미나리, 배 등 갖은 채소를 대접에 담고 국자로 병아리를 퍼 담는다.

초장을 넣을 때가 키포인트. 초장을 넣자마자 재빨리 1회용 플라스틱 접시로 대접을 덮어야 한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사백어의 마지막 발악(?)에 온몸이 초장으로 물든다.

▲ 사백어 회무침.
따로 비빌 필요도 없다. 사백어들끼리 알아서 초무침을 만들어 준다. 3-4분이 지난 뒤 뚜껑을 열면 맛있는 사백어 무침을 맛볼 수 있다.

담백하고 살이 연해 씹지 않아도 그대로 목젖을 타고 넘어간다. 거제고로쇠 물로 담근 고로쇠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알싸한 막걸리와 상큼한 초무침 맛이 잃었던 식욕을 돋궈준다.

사백어 부침개는 여자와 어린들이 더 즐긴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부침개 사이로 고개를 내민 사백어들은 이름 그대로 흰색으로 변해있다. 막걸리를 비워가는 손길에 가속도가 붙는다.

▲ 사백어 부침개와 고로쇠 막걸리.
막걸리가 얼추 비워져 갈 때 쯤 사백어 국이 나왔다. 술 먹고 아픈 속을 달래는 데는 이 국 만한 것이 없다.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배가 꽤 불렀는데도 밥 한공기를 다 말았다. 술도 아닌데 그야말로 술술 넘어간다. 이때가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지막 국물 한방울까지 깔끔이 처리했다.

▲ 사백어로 끓인 국.
일행 모두 발그레한 얼굴에 묵직해진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대야에 담겨져 있던 그 많던 사백어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회무침으로, 부침개로, 국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병아리. 봄바람이 살랑이는 거제연안이 병아리 떼로 가득한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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