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흑의 땅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새 공원 (Kuala Lumpur Bird Park)

사서 하는 고생, 부처님의 고행과 수도의 나라 인도가 가까이 있음을 몸소 느낀다.  

장시간 강행군에 고달픈 허리도 부어 오른 다리 근육도, 허리띠에 장착된 만보기 체크로 위로 받는 김두환 의원, 이색적인 환경마다 더욱 눈빛을 번뜩이는 유수상 의원, 코밑도 입술도 부르튼 채 한 곳도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살피는 열정의 원용진 국장, 섬세한 메모에서 일정 체크까지 알뜰한 김덕진 담당자, 새 공원 외 관광지 특성까지 꼼꼼히 기록하는 윤승성 자문위원, 묵묵히 이곳 새의 생태와 환경, 먹이와 습성까지 비교 검토하는 박재형 조류전문사육가, 언제 누가 어느 지역을 견학하면서 이 처럼 힘든 고행(苦行)을 감행했을까, 이틀간의 싱가폴 일정서 반 짜증 섞인 말투의 현지 ‘가이드’를 꼬셔 가볼만한 곳은 모조리 가보자고 오기를 부린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싱가폴 ‘쥬롱 새 공원’을 견학하고 우리의 환경과는 판이한 점에 절망해 어깨를 늘어뜨린 일행들, 비몽사몽간 비행기 창밖으로 바라보는 말레시아의 하늘이 잿빛이었다.

‘오랑아슬리’의 나라 말레시아

말레시아의 역사는 약 2백50년, 면적은 32만9천7백33㎢로 한반도의 약 1.5배, 인구는 2천4백만 정도며 수도는 ‘쿠알라룸프루’다.

 말레시아를 대표하는 사람은 ‘오랑아슬리’라는 정글 속에 사는 사람들이었다.오랑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아슬리는 오리지날이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오랑우탄이라는 명칭이 나오지만 이는 숲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자기의 나이를 모른다. 이곳은 사계절이 없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에 둔감해 어떻게, 얼마나 세월이 지났는지 모르고 산다.

나이를 물으면 대답 대신 씨익- 웃으며 몇 살 쯤 된다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요즘은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아이들이 나이가 차면 학교를 보낸다.

아이들도 대부분 나이를 모르고 자라지만 8살이 되는 것은 기차게 알아내는데 그 방법이 독특하고 지혜롭다.

대강 학교 갈 나이가 된 것 같은 어린이들을 운동장에 집합시킨 후 오른손을 머리 뒤로 제껴 반대쪽 귀를 잡게 해 잡히면 8살이 되었다고 여겨 학교에 입학시킨다.

이들은 사람은 어려서는 두개골이 상대적으로 커 나이가 차지 않으면 손으로 반대쪽 귀가 잘 잡히지 않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새의 서식 환경 만점

말레시아는 나무를 자르고 가다 되돌아오면 원래대로 원상복구가 돼있을 만큼 수목성장 환경이 좋은 나라다.  그런데도 이 나라는 국가 예산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조경 사업이다.

가로수 대부분은 ‘앙사와’라는 나무를 심는데 이는 가냘프다는 뜻으로 말레시아 여성을 대표하는 말이다. 말레시아 여성은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두개골이 작고 손마디가 긴데다 목이 가늘어 ‘앙사와’라고 칭한다.

말레시아 사람들은 힘쓰는 운동은 제로다. 때문에 올림픽에서 성공한 종목도 볼링과 배드민턴 등 일부 힘 안 들이는 구기종목이다.  

특히 말레시아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세월이 흐를수록 공기가 더 좋아 지는 나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원인은 해마다 국가예산을 쏟아붇는 조경사업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곳의 평균기온 21-34℃, 평균 강수량 2천-2천5백㎜(우리나라 1천-1천3백㎜), 1년 3백65일 중 2백일 이상 비가 내리며 각종 수목은 마음대로 자라고 앞다퉈 열매를 맺어 새들의 지상낙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각종 동·식물의 사육이나 재배는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여건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말레시아는 1년중 3개월은 남태평양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3개월은 인도양에서 불어오는데 남태평양 바람 때는 우기(雨期)며 인도양 바람이 불 때는 건기(乾期)로 구분된다.

이곳 ‘키나바루산’ 에는 5만여 종의 수목이 자생하는데 80%이상이 약재로 쓰이며 우리나라 약재 80%이상이 이들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것 들이다.

이같은 환경덕택에 말레시아에는 한대지방에 서식하는 펭귄 등 일부 조류를 제외하고는 없는 새가 없다.  

싱가폴의 첫날 아침, 훅 찌는 날씨에 낮게 나르는 ‘페리칸’의 날개 짓이 서투르다.

생기 넘치는 눈빛들

쿠알라룸프루 새 공원(Kuara Lumpur bird park)을 들어서는 순간, 행인들의 눈은 갑자기 광채를 발한다. 이곳에는 ‘싱가폴 쥬롱 새 공원’에 설치돼 있던 ‘파노레일’도 없다. 오직 걸어 다니며 새들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거다. 우리도 새 공원을 조성할 때는 오목조목한 작은 시설에서부터 큰 시설까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우려했던 태풍 등 자연재해도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김두환 의원이 먼저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전체를 4개 존(zon)으로 구성해 2백여 종, 3천여 마리의 새들을 크기에 따라 구분해 사육하고 있다.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를 이용해 작은 호수를 조성한 것이 이색적이며 특히 자연과 흡사한 환경을 조성해 새들이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자연교미도 가능토록 돼 있다.

지난 1991년 툰쿠 바이눈(Tunku Bainun) 말레시아 여왕이 설립한 이 공원은 시설면적이 8만4천5백78㎡며 평온하고 경관이 멋지기로 유명하다.

공작, 앵무 등 일부 새들을 방사한 채 사육하고 있으나 탈출을 하지 않는다. 이 새들은 부화부터 사람에 의해 사육돼 사람을 부모처럼 가까이 하며 따른다.

심지어는 사람들이 과자를 먹다 입을 벌리면 입속의 과자를 조심스럽게 쪼아 먹을 정도로 사람과 친숙하다.     

‘올스타 새 쇼’ 등 새를 이용하는 공연장도 별 것 아니다. 시설은 아무데서나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조련사의 기술이 뛰어날 뿐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들

까치와 까마귀 등 우리나라 텃새는 세계 어느 나라 조류보다 영리하다. 또 우리나라 비둘기 보다 조금 작은 까마귀과의 새, 어치를 이용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

몸은 포도 빛, 흰 바탕의 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는 우리나라 텃새, 어치는 오죽이나 말을 잘해 어치라고 했을까, 잘만 훈련시키면 겨우 몇 마디 단어를 익힌 이곳 앵무새에 뒤질까, 그렇다면 우리가 내릴 결론은 정해졌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 미니버스 안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이야기들이다.

우리지역은 4계절이 뚜렷하지만 겨울철도 온화하다. 때문에 새 공원 건립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어느 곳 보다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조류박물관 건립관련,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토와 빈틈없는 계획, 두 번째 거제시행정 최고 책임자의 용단(勇斷)과 예산 마련, 세 번째 해마다 하절기, 연례행사처럼 겪는 태풍에 대비하는 오목조목한 시설과 지형지물 이용, 네 번째 싱가폴이나 말레시아 현지에서 새 조련사를 수입(?)하는 일,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의 관심과 이해와 협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견학단에 합류한 2명의 의회 의원, 거제시의회에서 그들의 최종 설명, 공무원 2명의 최종 보고서, 그리고 또 조류박물관 건립 자문위원 2명, 그들의 최종 기록부는 어떤 형태로 작성될까, 사뭇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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