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자 계룡수필문학회원

치렁치렁하다. 길게 늘어뜨린 털이 뒤엉켜 빗으로는 도저히 수습이 불가능할 것 같다. 게다가 얼룩이 져 원래 무슨 색깔이었는지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무얼 먹었는지 입가가 젖어있다. 허기를 면하려 구정물이라도 마신 걸까.

가던 걸음을 멈추고 녀석이 물끄러미 날 쳐다본다. 그 눈빛 또한 젖어 있다. 사나운 데라곤 없어 보이는 순한 눈빛에 나 스스로 경계를 푼다.

순간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그러나 난 개에게 베풀 그 어떤 먹이도 갖고 있지 않음을 생각해낸다. 애처로운 눈빛을 외면한 채 슬며시 자리를 뜨고 만다.

길을 가는 중에도 자꾸 그 개가 눈에 밟힌다. 편의점에 들러 소시지라도 사 먹일 걸 그랬다.
눈가에 눈물의 흔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홀쭉해진 배가 등에 달라붙어 있었던 것도 같다.

날 향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던 눈빛은 무얼 의미한 걸까.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는 뜻이었을까.

자신을 버린 주인이 보고 싶다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길을 잃었으니 나더러 집을 찾아달라는 의미였을까. 

그녀를 떠올린다. 얼마 전 그녀의 집에 들렀더니 검은 푸들 애완견 뒤로 낯선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어댔다.

물어보지도 않는데 잠시 누가 맡겼다고 선수를 친다. 여기저기 모양새를 보니 하루 이틀 맡은 것 같지가 않다.

두 마리의 개가 다정한 것만 봐도 그렇고, 밥그릇도 두 개요, 방석도 나란히 깔아 두었다. 이실직고하라 했더니, 비로소 주워온 개라고 한다.

앞전 개도 그녀가 원해서 키운 게 아니다. 정에 이끌려 데려와 오 년이 지난 지금껏 키우고 있다. 역시 이번에도 추위에 떨고 있는 개를 차마 지나치지 못해 벌어진 일일 터이다.

그녀는 거리에 떠도는 개를 보면 얼른 자리를 뜨지 못한다. 버려진 개인지. 아니면 주인이 있는지. 털 모양을 보고 떠돌이 개인지, 누가 돌보는 개인지를 구별한다.

그녀의 관심사는 주인의 품에 안겨 있는 애완견보다 떠돌아다니는 개에게 있다. 배가 쏙 들어간 걸 보니 제 때 밥도 못 먹는 개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참 희안한 일이다. 오며가며 만나는 개도 그녀에겐 온순해지며 꼬리를 친다는 것이다. 나를 보면 경계를 하거나 뒤로 내빼는데 그녀에겐 마치 주인인 양 다정하게 군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꼈던 것일까. 남의 개도 그러한데 그녀의 개들은 오죽할까. 오로지 주인 밖에 모른다.

타인에게는 찰나의 순간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지만 주인에게만큼은 무조건 순종적이고 충실하다. 

길을 잃고 혹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떠도는 애완동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한때는 정을 주며 가족처럼 지냈을 것 아닌가. 주인의 마음이 처음만 같아도 버려진 음식물로 연명하며 구차한 시간들을 보내진 않을 건데 안타까울 뿐이다.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애완동물을 어떤 이유에서건 버린다는 것은 차마 못할 일이며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늘 만난 그 개 역시 모양새가 엉망이 되었든, 병에 걸렸든, 주인을 향한 그리움은 잠시도 놓지 않을 것이다.

버려졌더라도 원망의 마음보다 쓰다듬어주고 씻겨 곱게 빗질해주던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주인을 찾아 낯선 거리를 해맬 것이다.

데려오던 처음 마음처럼 애완견을 끝까지 보살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그녀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오늘 일을 난 뒷날에도 꺼내지 않을 것이다. 아파하는 그녀의 마음에 짐 하나를 더 얹고 싶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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