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폴’ 쥬롱 새 공원

거제시는 지난 3월5일부터 10일까지 5박6일간 거제 조류박물관 건립 자문위원 6명을 싱가폴 쥬롱 새 공원과 말레시아 쿠알라 룸푸르(Kuala Lumpur) 새 공원의 견학을 주선, 조류박물관 건립을 위한 막바지 점검에 나섰다. 

본지는 거제시에 동행 취재 협조를 요청, 모든 경비 등은 순수 자부담을 원칙으로 이들과 합류, 조류박물관 건립 타당성 등을 면밀히 점검했다.

이번 취재에 다방면으로 협조해 준 싱가폴 대사관 박헌규 서기관(거제면 출신)의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오로지 새 공원 점검에 심취한 채 쉴 틈조차 갖지 않던 김두환 의원, 절에서도 젖국을 찾아내 듯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며 일행 모두의 불편을 하나하나 해소해 주던 유수상 의원, 관광거제 발전, 사명감에 지독한 감기몸살까지 안고 간 원용진 거제시 사회산업국장, 일행 모두의 안전과 시간표 하나까지 알뜰히 챙기던 거제시 관광진흥과 김덕진 관광개발 담당자, 엉뚱하면서도 날카롭던 윤승성 아마추어 조류연구가, 시종일관 거제시와 이곳 환경의 비교검토 등에 골몰하던 박재형 조류전문사육가, 이들의 노고가 향후 거제 관광발전에 기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 공원 견학 배경

거제시는 지난해 신년 벽두, 조류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조류학자 윤무부교수(장승포 출신, 당시 경희대 교수)와 8개 항의 조류박물관 건립 합의서를 체결, 세계적인 조류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또 김한겸 거제시장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조류박물관 건립 사업을 선거공약 사업으로 선정, 또 하나의 관광거제 명소를 탄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합의서 체결 14개월, 제4대 지방선거 마무리 약 10개월이 다되도록 조류박물관 건립사업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간 거제시 행정관계자와 거제시 의회는 조류박물관 건립사업과 관련, 선진지 견학 등을  실시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 공원 건립사업 자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도 찬반(贊反) 의견이 분분했다. 거제시 행정은 새 공원 건립 사업이 시장의 선거공약사업인 만큼 서둘러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일부 지역 언론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제아무리 시장의 선거공약사업일지라도 향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할 때는 과감한 궤도(軌道)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을 제기했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폴

인구 4백35만(외국인 80만 포함)의 도시국가 싱가폴은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지난 ‘1965년 독립’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개선, 세계적인 비즈니스, 무역, 교통, 물류 및 금융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토 면적 695.4㎢(서울의 1.3배), 인구 수 세계 119위, 부존자원 전무에도 불구, 세계적인 비즈니스 무역 교통 물류 및 금융의 중심지로 각광 받으며 7천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가운데 이중 60% 이상이 지역 본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위 원유 거래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싱가폴은 특별한 부존자원은 없는데도 불구 현재 GDP의 27%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함께 지식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곳을 찾는 외국인은 한 해 평균 1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지난 1975년 8월, 수교를 시작한 이래 그간 각 지방자치단체는 관광분야, 해외기업유치, 수산자원 관리, 교통 및 환경정책 분야 등에 벤치마킹을 실시, 우리의 여건과 환경에 접목시켜가고 있으며 한국  교민은 1만3천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가산업 ‘쥬롱 새 공원’

시설면적 20만2천㎡의 쥬롱 새 공원은 6백여 종, 9천여 마리의 새들이 자연 그대로에서 살아가는 형태다.

여기에다 ‘새와 친구들 쇼’, ‘하늘의 사냥꾼 쇼’ 세계 최대의 ‘코뿔새 콜랙션’ 등 사람과 새들이 어울린 각종 이벤트를 마련, 흥미를 더하고 있다.

3천㎡, 9층 높이의 잉꼬 새장 속에는 1천여 마리의 호주산 진홍잉꼬가 자유롭게 살고 있으며 30m가 넘는 인공 폭포와 펠리컨 골짜기는 멸종위기의 달마시안 펠리컨을 포함 7종의 새들이 노닐고 있다.

낮과 밤을 바꿔 놓은 암흑의 세계, 야행성 조류 전시관에는 부엉이 올빼미 등 17종 60여마리의 조류 관찰이 가능하며 이곳 습지에는 ‘새들빌 황새’를 포함한 기묘한 생김새의 조류들이 생존하며 지하 통로 식으로 조성한 펭귄 사육장에는 황제펭귄을 비롯, 요정 마카로니 락하퍼 험볼트 등 5종, 2백여 마리의 펭귄들이 제 세상인 냥 물속을 헤집고 있다.       

 10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쥬롱 새 공원은 파노레일 궤도 열차를 타고 이동 및 관람이 가능하다.

싱가폴은 이곳 쥬롱 새 공원을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인 그들은 연간 운영경비 및 총수익 등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곳의 연간 수익은 국가경제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할 뿐이다.  


환경 조성이 문제점

싱가폴은 평균 기온 22-32도의 열대성기후의 국가도시로 모든 생물이 맘껏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이곳은 늘 푸른 수목들이 갖가지 열매를 맺어 새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4계절이 뚜렷해 철새가 오가는 우리의 현실과 갖가지 텃새가 상존하는 싱가폴의 환경은 판이하다.

그러나 이곳 열대지방에서도 펭귄 등 조류의 사육이 가능한 점을 감안, 열대지역 텃새들도 4계절 특성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사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이번 견학에서 토론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모두가 이곳을 향해 발길을 옮길 때와는 달리 새 공원 조성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지진이나 태풍 등 기상이변이 거의 없는 이곳은 시설물 설치도 간편하다. 때문에 각종 시설물 설치에 따른 예산은 적어도 이곳과 우리는 1:3 이상의 높은 차이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견학단의 분석결과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환경문제, 민원 등의 각종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거제의 조류박물관 건립계획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 아니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하는가, 일행 모두는 깊은 시름에 잠긴 채 싱가폴 일정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말레시아로 강행군을 계속하는 이들의 어깨는 더 한층 늘어져 보인다. 설사 그곳에는 넘쳐나는 희망이 있을지라도 석양을 가르는 비행기속은 피곤만이 가득했다.

야자수 그늘밑에서 남국의 아가씨가 따라주는 거품 넘치는 시원한 맥주의 단꿈도 외화획득이 목적이라며 스스럼 없이 즐기려했던 고스톱 놀이계획도 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오로지 땀이 찌든 강행군의 낮시간, 그리고 그날의 마감 및 내일의 대책회의, 샤워를 핑계로 물만 둘러쓰고 피곤에 지쳐 쓰러지는 밤, 또한 간간히 흘러나오는 낮의 연장선상의 잠꼬대, 그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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