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하나.

결혼적령기의 준수한 청년이 우연히 고현 사거리에서 이상형을 봤다. 용기를 내 말을 걸어본다. 시간 있으세요? 참한 인상의 아가씨는 훤칠한 청년의 외모에 수줍게 웃어 보인다. 그러더니 하는 말….

"직영이세요?"

너무 싱거워 지어낸 얘기 같지만 지난해 기자의 친구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협력업체에 근무중이던 그는 "'몇살이세요'도 '시간 없어요'도 아닌 '직영이세요?'라니, 과연 직영 공화국 처녀다운 대답"이라며 쓰디쓴 소주잔을 털어 넣었다.

양대 조선소에 근무하는 총 조선노동인구는 5만6,000여명. 그 중 직영인구는 2만3,500여명, 나머지 3만3,000여명은 협력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절반이 훨씬 넘는 숫자다.

이들은 '직영' 사람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임금 및 복리 후생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억울하면 직영 들어가라, 회사가 다르니 대우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응수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들을 진짜 힘들게 하는 것은 거제 안에 팽배해 있는 '직영 지상주의'다. 똑같은 조선소에서 똑같이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하고 있는데 '직영'과 '외주' 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분명히 세계를 구분짓는다. 결혼적령기의 딸이 남자친구를 만나면 거제 부모들은 하나같이 '직영이냐, 외주냐'를 첫 번째 질문으로 던진다.

그들도 내가 아는 누군가의 아버지며 내 친구의 남편이다. 취재 도중 만난 한 협력업체 사원이 던진 '우리 몸에 등급이 있는가'란 말이 떠나지 않는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