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 계룡수필문학회

친구가 하는 퀼트 숍에 갔다. 숍 안에는 인형, 가방, 옷, 벽걸이, 이불들이 뽐내며 옹기종기 서 있다. 서로 먼저 선택받기를 원하며 다투고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의 작품은 친구의 피와 땀이 어린 것들이다. 조각조각을 이으며 긴긴밤을 지새우며 작업을 했다. 어깨도 아프고 다리는 피가 통하지 않아 저렸다.

그런 고통을 참아낸 결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모양이 반듯하고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질서정연한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평소 친구의 모습은 빈틈이 없다. 그동안 다듬어 놓은 솜씨로 만든 작품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반듯하고 멋이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른 지역에까지 배를 타고 오가며 힘든 과정을 견디며 익혔다.

천을 조각내어 연결하고 솜을 대어 누빈다. 누빈 천 조각들끼리 연결한다. 생활소품과 인형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낸다. 조각만 따로 떨어져 있으면 무엇 하나 쓰임이 없다.

각각의 조각들이 제 위치에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인내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퀼트. 천 조각 하나라도 규칙과 질서에 어긋나면 작품이 되지 않는다.

만든다는 것에 관심이 가 지나칠 수가 없었다. 호기심이 자꾸 인다.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신기하다. 나도 해보겠으니 재료를 달라고 하였다. 친구는 만류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니 시작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바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소품을 만들었다. 먼저 조각을 이어 붙이는 기본부터 배웠다. 하나에서 끝까지 손으로 바느질을 해서 만들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퀼트를 하기 전에는 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것보다 재봉틀로 박음질하면 더 튼튼하고 빠르게 만들 텐데….

왜 저렇게 힘들게 만들고 있을까 생각하니 갑갑했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니 손으로 만든 것이 훨씬 튼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드는 과정은 고행의 연속이지만.

쿠션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한 땀 한 땀을 뜨고 있으니 애정이 간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어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퀼트를 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해 하나가 삐뚤어졌다. 작품을 완성하고 보니 한 조각이 잘못되어 어긋나 있다.

신중을 기해 만들었는데 친구의 견본보다 어색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숙련시키는 노력이 필요했다.

여러개의 모양들이 만나 하나의 공동체에 속하게 된다. 그 공동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구성원의 질서가 파괴됨을 사회에서 본다. 각자 맡은 제 역할을 할 때에 비로소 일이 이루어지고 빛이 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질서가 있는 것이다.

거칠고 고단한 삶도 어떻게 갈고 닦느냐에 따라 멋진 삶을 살 수 있고, 어떤 삶을 만나느냐에 따라 지난 세월의 허물도 덮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악센트가 된다. 

완성되었다. 새 생명을 잉태하듯 신비롭기까지 하다. 애정이 간다. 자기 스스로 어떤 일을 해 보아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 많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하는 인내와 끈기도 배웠다. 힘든 고통도 감내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었다. 뭐든 이루어지는 과정은 힘들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퀼트 숍의 모든 작품이 반듯하게 걸려 있다. 이런 정연함 속에 단하나의 작품이 제대로 걸려 있지 않다. 질서 속에서의 일탈이다. 왜 그런가 묻자  반항하는 모양이라며 말을 받아 넘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먼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수없이 고뇌하며 꿈을 꾸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삶을 꾸려 나갈 것인지도 생각한다. 그 삶이 나에게 어우러지는지도 점검한다. 그런 다음 삶이 풍성해지도록 노력한다.

그런 반면 살다가보면 생각대로 되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다른 샛길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바른 길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 때도 있다.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잘못된 길을 곱씹어 보기도 한다.

더 이상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한다. 그것은 삶의 재충전이며 전환점이 된다. 오늘도 정성을 들여 퀼트를 하는 것처럼 나의 삶도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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