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부 최우수]'어린왕자'…양지초 6학년 김유빈

이 책은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의 조종사인 '나'와 어느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는 어른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코끼리를 삼켜버린 보아뱀 그림을 보고 하나같이 '저것은 모자다.'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자들이 바로 '어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 역시 비슷하다. 어른들은 보통 우리들의 생각을 이해하지도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들여다보려 노력한다면 새롭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말이다.

언젠가 수학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다. 답이 정해진 문제를 풀고 검산을 하는 문제였는데 검산을 해보니 답이 틀린 것으로 나왔다.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처음부터 문제를 살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을 지켜보던 '어른'은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문제 속에서 헤매고 있고, 이것을 풀 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고 혼을 내며 다그쳤다. 나는 내가 문제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문제의 답을 틀렸다는 겉만 보고 틀린 것을 찾아보려 고민하는 속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어른'의 눈에 난 그저 헤매는 무지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한다고 느낄 때 나는 반감과 분노를 느낀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 다른 방식으로 인정하고 이해 해주었다면 지금쯤 '나'를 피카소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화가로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어린왕자에게 소행성을 탐험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중 두 가지 행성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왕자는 첫 번째로 늙은 왕이 살고 있는 별로 갔다. 그 왕은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얼핏 보면 왕은 정말로 화려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신하도 백성도 없는 초라한 왕이다. 그 왕은 아주 외롭고 무료한 삶을 살 것이다. 많은 돈과 지위가 있으면 뭐하는가. 그러한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없는데 말이다. 나는 책을 통해 어린왕자의 경험을 함께 들으며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가 2학년 말에 지금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처음 일주일 동안 친한 친구가 없었는데 정말 끔찍했던 기억이 난다. 쪽지 시험에 100점을 맞아도, 상을 받아 이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것에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고작 일주일간의 외로움도 이토록 서글펐는데, 그 왕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그 왕이 내 눈에는 너무나 작고 외로워보였다.

또 다른 소행성탐사 이야기에서는 삶에 대한 각오를 느꼈다. 매일 술만 마시는 술주정뱅이가 살고 있는 소행성,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직 쓰디쓴 술만 계속 마셔댈 뿐이었다. '이 사람은 대체 왜 술만 마셔댈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른들에게 술을 왜 마시냐고 물어보면 '인생이 쓴 맛을 덜어내기 위해서'라고 많이 이야기 하신다. 술을 마신다고 과연 인생의 고달픔과 아픔이 줄어들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이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희망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닉 부이치치'가 만약 자신의 장애에 대해 비관하고 절망하여 그 아픔을 덜어내기 위해 술만 마셔댔다면 과연 지금처럼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산 증인이 될 수 있었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닉 부이치치도 어린왕자가 찾아갔던 소행성의 술주정뱅이처럼 웃음을 잃고, 말을 잃고, 삶에 대한 의지도 잃어버렸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상반된 삶을 사는 술주정뱅이와 닉부이치치의 모습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한 의지와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드디어 지구로 온 '나'는 사막여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막여우에게 '친구가 된다는 것은 길들이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어린왕자는 사막여우의 말에 큰 감동을 받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고향별의 장미꽃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길들이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길들이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에 익숙하게 하다.'이다. 사전에서 '길들이다'를 찾아보면 비슷한 어휘로 '순치하다'. '고요하다'와 같은 동사가 나오는데 이는 짐승에게 사용하는 말로 훈련시키고 따르게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인데 그렇게 소중한 사람에게 짐승이나 소유물에게 쓰는 것 같은 표현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만약 내가 어린왕자를 만났다면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 교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었을 것이다. '교감'은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말한다.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접촉하여 나누고 따뜻한 몸의 접촉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상태를 따라가는 것이 바로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를 어릴 때부터 여러번 읽었지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면 과연 어떤 내용과 대목에 공감하게 될까 궁금하다. 어린왕자의 순수함에 공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진정한 인생과 찬구의 의미를 꼭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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