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이스라엘 지중해 연안 서쪽에 길이 약 48㎞에 이르는 '샤론(사론)평야'가 있다. 솔로몬의 연가로 불리는 구약성서 '아가서'를 비롯해서 찬송가에도 '샤론의 꽃'이 등장하면서 샤론은 '아름다운 땅'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지금의 샤론지방은 이스라엘 인구의 반 이상이 살고 있으며 농업과 관광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구약시대의 샤론땅은 지금과는 다르게 척박하고 쓸모없는 땅의 대명사였다.

'샤론'이라는 말은 '숲이 우거진 지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의 흙이 양질의 토양토가 아니라 붉은색 모래로 이루어져 배수가 여의치 않았고, 이로 인해 그 지역은 거대한 습지대를 형성했다. 습지가 되니 자연스럽게 야생화와 잡목이 우거진 수풀로 뒤덮여 농사조차도 짓기 어려운 땅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0년부터 유대인들이 이 땅을 집중 매입하여 이스라엘에서 가장 비옥한 오렌지 생산단지로 탈바꿈시켰다.

'샤론의 장미'란 진흙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불교의 연꽃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고귀함, 의로움 등의 숨은 뜻이 있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로 비유되기도 한다.

샤론의 장미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미(薔薇)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샤론평야에 자라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보통명사이며, 성서의 해석과 관련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정설은 없지만 학자들은 '수선화''들백합화''튤립''아네모네' 등 여러 견해가 있다.

그런데 '무궁화(無窮花)'의 영어 이름이 '샤론의 장미(The Rose of Sharon)'다. 오랜 역사 속에 우리 민족과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누어 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라꽃이 된 무궁화가 샤론의 장미라니 역시 무궁화는 꽃 중의 꽃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번에 우리 고장 내도(內島)에서 수령 130년 된 무궁화가 발견되어 화제다. 이 나무가 문화재청의 인정만 받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의 무궁화 곧,'샤론의 장미'가 우리 거제에 생존한다는 영광을 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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