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란·분재나무 채취꾼 득실 ... 휴일산야 곳곳 원정대, 화물차까지 동원 수송

<1991년 5월10일자 주간 기성신문 2호 1면 사이드>

장승포시와 거제군 관내 산야는 채란꾼과 분재목 채취꾼들의 무자비한 횡포로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되어가고 있어 관광거제 앞날에 어두움을 드리우게 한다.

이들은 춘란 희귀종이나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춘란, 그리고 분재목을 마구잡이로 채취해 부산과 마산 등 대도시로 팔아 넘기는 상행위까지도 일삼고 있다.

휴일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온 산야를 누비는 인파는 셀 수도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 중에는 직업적으로 승용차 또는 봉고차, 심지어는 화물차까지 동원해 수송작업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채취해 가는 난중에는 촉당 몇백원에서 몇천원밖에 하지 않는 일반 춘란들도 있지만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희귀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생란 애호가 박모씨(40·연초면)는 『희귀 야생란은 산에 방치하는 것보다 채취해서 기술배양에 의한 대량번식을 하여 다시 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애호가들의 목표』라고 말하지만 과연 배양에 성공한 희귀종 난이 다시 산으로 돌아갈 것인가는 심히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현재까지의 예로 보아 산으로 돌려보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청면 난 애호가 이모씨(49)는 말한다.

어쩌다 한번은 난우회를 통해 풍란 몇촉 정도는 배양해서 다시 돌려 보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렇게 마구잡이 채취꾼들이 설쳐대자 관내 일부 사람들이나 학교 등에서도 야생란 채취 풍조가 성행하고 있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관내의 O국교, M국교, K국교 등의 경우를 보면 화단과 화분에 많은 야생란을 심어놓고 착실한 관리나 전문적인 손질은 생각조차 않는 상태에 있다. 일부 학생들마저 학교의 본보기로 인해 야생란들을 집으로 옮겨와 고사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관내 대부분의 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소사, 동백은 물론이고 소나무, 기목나무 등도 이들의 손에 의해 엄청나게 희생되고 있다.

둔덕면 산방산의 경우를 보면 군데군데 난과 나무를 캐낸 흔적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아프게 한다.

산불 감시원 정원석씨(34·둔덕면)에 따르면 89년 가을까지만 해도 야생춘란과 소사, 단풍나무 등이 발에 차일 만큼 많았으나 불과 1∼2년이지난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쉬워한다.

이런 상황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관광거제의 자연경관은 볼품 없는 산야로 퇴색되어갈 수밖에 없는 한심스러운 실정이다.

거제를 빠져나가는 차편 또는 배편은 대부분 트렁크나 선실점검을 받지 않고 그대로 흘러나가고 있다.

2000년대의 관광거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와 같은 밀반출은 꼭 없어져야한다며 주민들은 보다 능동적이고 실효성 있는 당국의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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