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홍식

2011년 !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늘 맞이하는 세월이긴 하지만 역사가 정해놓은 시작과 반복의 의미가 나에게는 여늬 해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정초(正初)의 기분이다.

올 해는 신묘(辛卯)년으로 풍요와 번성을 의미 한다는 토끼해이다. 특히 올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다 행운의 금 토끼띠, 혹은 슈퍼토끼해라는 말도있다.

그래서 백화점에는 토끼와 관련된 상품이나 캐릭터들이 진열되어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토끼해에는 집값이 올라간다는 말도 있고, 금융가에는 토끼해에는 주가지수도 토끼처럼 껑충껑충 띤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개장 첫날부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었던 지난 1월7일의 종가는 2,086,20을 기록했던 것이다.

토끼는 우리 민족의 정서(情緖)속에 가장 친근하고 순한 짐승으로 자리잡은 동물가운데 하나로 옛부터 우리조상들은 달 속에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방아를 찧는 토끼를 그리며 걱정근심이 없는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어 오기도하였다. 토끼의 이미지는 꾀와 그 영특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 대표적인 설화인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 토끼는 꾀로서 강한자를 물리친다는 영리한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에 토끼는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호랑이에게 얼음을 깨고 꼬리를 내리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속여서 호랑이는 그 얼음판에서 나오지 못하고 얼어서 죽게 만들었다는 영특한 동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토끼는 일년에 4-5회 임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동서를 막론하고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기도하다. 그래서 OECD회원국 중에서 가장 출산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젊은 부부들이 이 토끼의 다산을 본 받았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해 본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집에서 토끼를 길렀던 기억이 난다. 토끼집은 생선상자나 과일 상자를 이용했고, 추운겨울에는 볏집이나 낡은 솜옷을 깔아 주기도 하였다. 산이나 들에서 토끼가 좋아하는 풀을 열심히 뜯어 날랐고, 겨울에는 사철나무를 찾아서 멀리가서 푸른나무잎을 뜯어온 기억이 새롭다.

육미를 잘 얻어먹지 못하던 가난했던 시절이라 토끼를 잡아서 고기를 먹기도 하였고 털은 귀마개나 목도리를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오래전에 부산지역에서 생활하는 필자의 동갑내기인 기묘(己卯)생들, 토끼띠들이 모여서 기묘회(己卯會)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부산에서는 내 노라 하는 사람들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면서 가끔씩 부부가 함께 모이기도 하면서 그런대로 즐겁게 모두들 참여하였다고 기억 된다.

동갑내기라서 회원의 서열은 생일로 정했는데 필자는 세 번째로 생일이 빨라서 셋째형이라는 별명을 지어 불러 주기도 하였다. 이 기묘생들이 태어난 1939년에는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남긴  참혹했던 전쟁인 세계제2차대전이 발발한 해이기도 하다.

우리는 나라를 잃어버리고 조국의 장래가 암울하기만 했던 일본의 강점기에 태어나서 가난한 시절을 보내었고, 어려운 역사 속에서 고생한 세대들이라고 생각된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서 고희(古稀)를 지난 나이가 되고 보니 남의 사정은 모른 채 고집스럽게도 자기의 갈 길만을 뒤 돌아 보지도 않고 무정하게 가는 세월을 원망 해 보기도 한다.

이 황혼의 길목에서 즐거웠던 지난세월을 뒤 돌아보면서 모처럼 맞이한  금토끼해에 모두들 어디에서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 또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면서 오늘 따라 몹시 보고 싶다. 그리고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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