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상인들 옛 명성 찾기 위해 자구책 마련 시급

‘회 먹자골목’ 만드는 것도 활성화 방안 지적
시장건물 증축 주차타워 건립, 이용객 늘려야

슬픔도 괴로움도, 세상사 모두는 시간이 해결한다.  그러나 거제시의 중심지, 신현읍 고현리에 위치한 고현시장은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현종합시장 상인들은 유례없는 운영난에 허덕인다.
1/3에도 못 미치는 최근의 매상을 감안하면 올해 설도 제대로 쇠지 못할 판이다. 밖으로는 ‘소득 3만 불 시대 거제시’를 표방하지만 이곳 상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매상이 크게 떨어진 것은 생필품 모두를 취급하는 대형 마트들이 앞다퉈 개점하는 여파 때문이다.  인구 10만에 육박하는 신현읍 지역 내 유일한 재래시장인 고현시장이 옛 명성을 되찾을 대안은 없는지, 거제시의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어떤 것인지 점검했다.
▲ 고현시장의 쇠퇴는 상인들이 자초한 결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현시장의 옛 명성을 되찾을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쇠퇴해 가는 고현시장

한 때 고현시장 상가는 ‘황금알 낳는 거위’에 비유됐다.

고현시장 번영회원 60명과 80여점포, 시장을 둘러싸고 형성된 70여개의 점포, 또한 시골 할머니들이 머리에 이고 온 생선이며 채소며 과일을 파는 난전은 언제나 소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현읍을 비롯한 연초 하청 사등 둔덕 거제 동부 등 거제시민들을 상대로 농·수·축산물을 비롯 모든 생필품을 독점 판매하던 이 시장은 의류 식료품 건어물 어시장 등 현대(現代)시장을, 밖은 갓잡아 온 해산물이며 밭에서 뽑아온 시금치 배추 무 등 채소와 과일들을 함지박 등에 담아 파는 재래(在來) 형태 시장이 공존하며 시민들의 삶을 이끌어 갔다. 

그러나 대우·삼성 등 양대 조선소 활황에 힘입어 돈 많은 도시로 변모한 거제시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구 증가, 개발 잠재력이 풍부한 도시로 급부상하며 예측 못한 상권변화를 불러 왔다.

2000년대 접어들어 신현읍 신흥지구 중곡동 일대를 목표로 세일마트가 개장한데 이어 고현시장을 중심으로 농협, 수협, 축협마트와 대동마트가 잇따라 오픈, 이곳 상권을 서서히 잠식해 갔다.

더구나 지난해 추석 대목에는 ‘홈플러스’ 거제점이 장평에 문을 열며 하루 매상 10억 원에 이르는 고공행진으로 고객을 싹쓸이, 이곳 고현시장 상인들의 체감경제는 최악의 바닥세, 더이상 버텨내기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거제시는 허울만 앞세운 돈 많은 도시, 장사하기 좋은 도시로 소문나 대형 E마트가 신현읍 중심지점에 터잡기를 저울질 하는 가운데 상동 지역에는 재래시장을 겸비한 또 하나의 대형매장 개설 준비가 한창이다. 

때문에 대형마트에 둘러싸인 샌드위치식 고현시장의 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상인 J모씨(59)는 “요즘 고현시장 상인들은 너무 힘든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며 “설을 쇠고 나면 문을 닫는 점포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도 고객외면 한몫

현재 고현시장은 현대식보다는 재래시장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이곳 시장 통로는 꺼내 논 물건들로 비좁기 그지없고 생선가게 인근 물 빠짐 공사도 완벽하지 못해 질퍽거리는 보행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시장통은 바람막이가 제대로 없다보니 겨울철 아기 있는 주부들은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인근에 마땅한 주차장이 없는 것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마이카 시대, 차를 타지 않고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 그들은 대형매장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필요한 물건을 ‘카트’에 잔뜩 담아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그런 시장문화에 익숙해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소문 듣고 몰려 온 떠돌이 장사꾼들 횡포도 한 몫 한다. 갓길 주차는 물론, 마이크를 이용한 그들의 손님끌기는 ‘목소리 큰 사람 장땡’이라던 우리의 속어를 새삼 떠 올리게 한다. 

소리가 크고 사람들 많은 곳으로 발길이 끌리는 군중심리(群衆心理)는 옳은 물건, 바른 선택의 자제력까지 잃게 한다는 지적들이다.

또한 최근의 고현시장 형태는 어느새 ‘돈 받고 물건 팔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변해 예전처럼 정이 흐르지 않는 시장, 이로 인해 단골이 사라진 것도 손님 감소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밖에 고질적인 불친절도 고객 감소를 부채질한다. 고현 시장을 이용하다 한 두 번 얼굴 붉혀보지 않은 시민이 없을 만큼 이곳 일부 상인들의 불친절은 도를 넘었다.

이들은 잘못된 상품의 교환이나 반환을 요구하면 “사 간 것 어쩌란 말입니까”라며 퉁명한 반응이다.

반면, 통영지역의 상인들은 대부분 좀은 껄끄러운 표정이지만 못 이기는 척 받아준다.
또 대형매장이나 인근 통영 재래시장처럼 상품이 다양치 못하다는 것도 고현시장의 불리한 점이다.

비싼 가격, 상인들 자충수(自充手)

요즘 거제 사람들이 제사장을 보러 통영시장을 나가는 것이 다반사(茶飯事)다. 상품도 좋고 가격도 싸고 상인들도 친절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들 시민들이 통영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난달 17일과 22일, 이달 1일 3차례에 걸친 현장 취재결과 실제 확인됐다.

▲ 통영 중앙시장의 모습. 통영 재래시장은 싸고 다양한 물품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통영 중앙시장 활어골목의 경우 3일 내내 활어 가격이 동일했다. 참돔 2마리, 감성돔 1마리, 농어 1마리, 넙치 1마리 등 도합 5마리(상인들 주장, 어른 10명분 이상 횟감)는 5만원이었고 인근 대부분 활어 노점상도 비슷한 종류의 활어 및 수량에도 같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 통영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새터시장)은 제상(祭床)의 경우 참돔 1, 조기 3, 건어 3, 문어 1, 참가자미 약간, 잡어 몇마리 등 8-9만 원 선이면 구입·가능했지만 고현시장은  20만원을 넘겨야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고현시장 북쪽에 위치한 활어 노점상은 통영 중앙시장의 비슷한 종류와 크기의 활어 4마리에 8만5천원을 요구했으며 인근 노점상들의 가격차도 불과 5천원 이쪽저쪽에 불과 했다.

통영시장과 비교했을 때 두배 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때문에 일부 시민들 사이에는 고현시장의 쇠퇴는 상인들이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제시 재래시장 관련 대책

거제시는 올해 재래시장 환경개선을 위해 16억9천3백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고현시장 하수구 정비, 옥수 새시장 지하 환풍시설, 옥수시장 비막이 시설, 옥포시장 간판 및 비막이 시설보강, 한라프자라 냉난방시설 교체 등이 고작이다.

부족한 주차시설, 고객 편의시설 등 고객끌기의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민들 사이에는 고현시장의 이전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고현시가지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지더라도 충분한 주차시설, 고객만족의 쾌적한 상가건물 등을 신설할 경우 지금보다는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또 일부에서는 고현시장의 재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신현읍 중심지는 거제시의 중심지라는데 의견일치, 이곳에 거제 인구와 수준에 걸 맞는 종합시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을 이곳 상인들이 감당해 낼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거제시 행정의 지원 및 계도로 고현시장 활성화 방안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고현시장의 현대화와 함께 주차타워 건립 등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 고객들이 맘놓고 쇼핑 또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둘째 친절하고 싸게 파는 상거래 질서를 확립, 웃고 다시 찾는 고현시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 ‘회 먹자 골목’ 등 특색 있는 여건을 조성, 거제시민은 물론 관광객이 즐겨 찾는 거제의 또 하나의 관광명소를 건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상행위 질책하는 시민정신 필요

요즘 시민들이 재래시장을 즐겨 찾는 이유는 푸근했던 옛정이 그립기 때문이라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이것 저것 흥정하다 사고파는 물건이 정해져 장바구니에 담을 때면 “다음에 또 오세요”하고 한 주먹 더 쥐어주던 그 정(情), 자기 것 사줘 고맙다고 연신 허리를 구부리던 주름진 할머니, 싸게 주어 고맙다며 너털웃음 웃던 그 할아버지가 그립다는 것이다.

허나 지금 우리들의 상행위는 내 물건 내 맘대로 파는데, 내 돈 주고 내 필요해 사는데 무슨 참견이냐는 식이다.  더구나 흥정에 끼어들어 물건을 가로채는 물정모르는 일부 삼성, 대우 근로자들의 상행위도 근절해야 할 부분이다.

할머니가 이고 온  생선을 두고 팔 사람은 4만5천원을, 살 사람은 3만5천원으로 상거래를 시작하지만 지나가던 근로자는 선뜻 4만5천원을 주고 가로채 가는 행위 등은 비일비재했다.
이는 지역물가를 상승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고객 감소에 일조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거제시 행정이 나서는 길 외는 고현시장의 활성화는 어렵다. 존폐위기를 맞는 상인들에게 희망을 찾아주는 것은 행정의 몫이다. 또 거제시민도 부적절한 상거래의 질책 및 개선에 앞장 서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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