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원 거제박물관장

해마다 이때 쯤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건네는 인사는 거의 비슷하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고…’ 등등의 내용으로 말을 시작한다.

그리고 연이어 ‘요즘 살기는 좀 어떻노?’하고 물으면, 대기업체에 다니는 사람들 빼고는(이 사람들도 승진이다, 고과다 혹은 연봉 책정이다해서 머리는 아프다고 하지만) ‘콧구멍이 두 개니 겨우 숨은 쉬고 산다.’라는 사람도 있지만, ‘뭐 해물 게(해 먹을 것: 할 일)있어야지’ 하는 푸념들이 대부분이다.

배 만드는 공장들이 잘 돌아간다고 하니 일감도 많고, 월급도 많이 받아서 지역에 풀리면 장사도 잘되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잘 살게 된다고 하니 그럴 것도 같은데  필자 주위의 사람들은 실직자에다 사무실 운영비마련에 전전긍긍한다.

그러다 삼삼오오 자리에 앉으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이 망할 놈의 나라’ 이야기다. 대통령에서부터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그 친구들은 ‘국개의원’이라 하는데 필자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아래의 무슨 장관 무슨 차관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거덜 낸다는 이야기다. 말로는 국민을 위해 혹은 잘못된 정치나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없이 우리가 이런 저런 일들을 한다고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와서 떠들고 들어가는데, 그게 ‘영 아니 올시다’라는 말이란다.

그리고 그 매스컴에서 여론조사라는 게 있는데 그것도 제대로 안 보느냐는 말도 빼놓지 않고 덧붙인다. 이 평범한 서민들의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필자가 보기에는 하늘을 찌른다.

우리나이가 되면 선거라는 것도 다 몇 번씩 치른 탓에 정치인이 하는 말엔 이젠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아니 전부가 정치평론 전문가 수준이다.

그야말로 척! 하면 삼척이고, 빵! 하면 총소린 줄 안단다. 그래서 대통령이 동해를 평화의 바다라고 부르자고 일본 수상에게 얘기했다가 거절당하자 국내에 와서 재빨리 헌법 개정하자고 했단다. 그런데 그게 쇼크 요법이라고도 하고 물 타기라고도 하는 전술이란다.

이런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면서 부동산 정책이야기가 비집고 나온다. 필자 주변엔 부동산 이야기가 나오면 완전히 딴사람이 되는 친구가 있다.(평소엔 굉장히 양순한 사람인데.. 쯧쯧  어쩌다가 저렇게 됐노!)

전국을 투기장화 한 책임이 정부에 있는데 왜 거제도를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묶으며,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를 통해 양도소득세 엄청나게 물리니 거래가 안 된다는 말과  여러 가지 해법도 풀어 놓는다.

많이 내고 적게 받자는 국민연금도 단골메뉴다. 이런 애기를 듣다보니 정말 이 나라가 망할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거제도에 관한 이야기도 곁 반찬으로 오른다. 요지는 그렇다. 언제나 배 만드는 사업이 잘된다고 볼 수는 없고 또 잘된다고 해도 더 잘살기 위해서는 그 놈의 관광 개발해야 하는데 청사진만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단다.

시장이 추진력이 없다는 말부터 무슨 환경단체(그 사람들은 ‘한 갱(gang 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단체’라고 한다.)가 발을 묶는다는 말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사업도 안 되고 살기도 힘들단다.

그럼에도 오늘 저녁의 뉴스에는 혁신도시를 만들기 위한 땅값보상비로 4조원이 넘는 돈이 풀린단다.

낮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  겨울임에도 봄날처럼 훈훈하게 부는 바람을 맞아 나풀거리는 현수막을 봤다.

“거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상(大賞)수상”, “ 미래도시 경쟁력 1위 거제” … 그래,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만들면 되지 뭐! 그래도 새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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