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오기 바쁘게 순교자가 쏟아져 나왔다.

1866년 한국에서 순교한 베르뉘 주교는 ‘조선 민중의 성격은 매우 단순해 사리를 깊이 따지길 싫어한다. 성교의 진리를 가르치면 곧 감동하고 믿음에 들어 가혹한 희생도 감수한다. 특히 부녀자들과 서민층이 그러하다’고 전했다.

이 말은 한국인 우리의 생각이 단순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간 우리는 모든 분야에 세밀하지 못해 갖가지 일들을 그르친 적도 없지 않다. 역사 실록과 유물 보존이 그러했고 또한 우리의 문화도 그러했다. 옛 정취를 물씬 풍기던 옥포정(玉浦亭)이 천대를 받는 느낌이다.

옥포정은 비록 건립의 역사는 짧지만 현대 건물이라는 단순한 차원의 의미가 아니다.

허물어진 장목진(長木鎭) 영사(營舍)의 기와장과 통기둥을 사들여 그대로 사용한데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옥포대첩 승전 기념탑과 나란히 세워 이제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때문에 이곳은 아주동민의 명예와 직결되는 정신적 요새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1962년 늦가을 당시 신용균 초대 민선교육장은 초등학생과 학부형들이 낸 성금으로 이 건물을 착공, 1964년 5월7일 옥포대첩 기념일에 맞춰 준공해 그 뜻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1973년 대우조선 건립이라는 산업화에 밀려 이제는 조선소 안에 쓸쓸히 남아 조선소 측과 아주동 주민 간 협의를 기다리는 현대판 ‘눈치꾸러기’로 전락했다.

엄연히 보호받고 전통을 이어갈 이 건물이 짐짝처럼 밀리고 또한 이전에 말썽이 되는 진풍경은 우리의 역사 앞에서 어떻게 설명될지 안타깝다.

이에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모른 체 방치해 왔던 책임을 물어 역사의 파괴자로 지목하지 않을까 두렵다.

역사의 유물은 가능한 본래의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만 밀려오는 새로운 역사의 순리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장소를 옮겨서라도 최대한 역사성을 살리고 또한 지역성을 살려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지역성이란 다름 아닌 관광성을 곁들인 상품화인 것이다. 

유럽에 가면 소설속의 허구성 유적까지 만들어 놓고 관광객을 유인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州)에 있는 도시 베로나(Vrona)에 가면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줄리엣의 무덤이 있으며 영국 요크셔에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그 픽션에 전개되는 ‘슬러시크로스 저택’이 실물로서 관광객을 끌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옥포정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지만 주민들은 대안이 없다. 다만 시민공원을 만들어 그곳에 옮겨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이제 옥포정 문제는 해결해야 할 때가 됐다. 1992년 파랑포 옥포대첩공원 조성 때부터 이전을 계획했던 옥포정이다. 거제시도 더 이상 미적거리는 행정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특히 시는 이 과정에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눈부시는 현대식의 새로운 개발이 아니라 미개척 역사 자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느 것이 역사성에 더 접근하며 또한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의 역사관을 올바르게 수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먼저 완벽한 진단 후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분명히 짚고 가야하는 것이 있다. 기왕 옮겨야 한다면 시민들이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으로 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하는 상품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주민들의 뜻이 반영된 옥포정,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각광받는 옥포정, 기구한 옥포만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옥포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거제시 행정과 시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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