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전동 자율방범대

대원 24명 5개조 편성, 직장일 후 '치안 봉사'…주말엔 주변 정화활동도
황성일 대장 "책임감에 힘들어도 방범활동…따뜻한 격려만 있으면 충분"

월요일부터 금요일, 밤 8시30분부터 12시까지 거제 장승포에서 마전동의 밤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장승포 여객선터미널을 지나 마전동 삼거리에서 왼편을 바라보면, 작은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마전동 방범대. 총 24명의 대원이 5개의 조를 이뤄 근무 편성표대로 마을 순찰을 돈다.

누가 알아준다거나 보상을 바라서 하는 일은 아니다. 방범대원들의 주 연령 대는 40대 초·중반과 30대 중반까지. 대원들의 90%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방범대 활동을 하고 있다.

낮에는 직장 생활을 밤에는 순찰을 돌다보니 그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조가 5개로 나눠져 있기에 한 사람당 한 달에 4번씩 순찰 방범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황성일 마전동 방범대장(45)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7대 대장을 지낸 이후 지난 27일 다시 방범대장 자리를 맡았다. 마전이 고향인 그는 89년 선배들의 권유에서 방범대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몸으로 할 수 있는 봉사도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돼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해보니까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게 돼 좋다. 청소년들과 여성분들 안전하게 지킨다는 책임감에 활동하고 있다"고 방범대원을 하고 있는 연유를 밝혔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우범지역을 순찰하는 것. 차량이나 도보로 어두운 곳 위주로 돌아보고 있다. 장승포동에는 방범대가 없어져서 장승포부터 옥림까지 마전동 방범대가 맡고 있다.

밤에 순찰을 돌다보면 특히 취객들이 많은 편이고, 바닥에 흘린 지갑을 습득해서 주인에게 찾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서 봉사활동이나 주변 정화활동도 돕고 있다.

황성일 방범대장

황 대장은 "다들 낮에는 직장에서 땀 흘리면서 근무하다가 밤에 나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힘든 과정에서 묵묵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대원들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방범대원들이 각자 한 명씩 사람을 데리고 오다 보니 방범대의 인원이 24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멤버를 뽑을 경우에도 한 사람 잘못 들어오면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자격 조건을 보고 심사를 거쳐서 뽑는다고. 자격 조건은 특별한 것보다 모범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마전동의 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이들의 가정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 황 대장은 "아내가 이해하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대원들도 그렇고 자신도 가족들이 이해를 안 해주면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우에는 약속이 없는 거의 매일을 방범대 초소를 지키고, 대원들 역시 1달에 4번을 집을 비우니 그도 그럴 법 하다.

재미있는 것은 마전동 방범대임에도 아주나 덕포에서 마전동까지 방범활동을 하러 온다는 것이다. 마전동에 살면서 방범대 활동을 하다가 이사를 가서도 아직까지 마전동 지킴이를 하고 있단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도 이어지는 발길은 이들의 끈끈함을 다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방범 활동 외에도 하절기에는 가족동반 야유회를, 동절기에는 1박 2일 극기 훈련으로 서로의 마음을 다지고 있다.

황 대장은 "앞으로 청소년 선도와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을 해나가려 한다"며 시의 봉사단체와 연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염두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칭찬 한 마디가 아쉽다. 밤마다 봉사하고 있는 것 알아줬으면 한다. 따뜻한 격려 한 마디라도 들으면 힘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마전동의 밤을 밝히고 있는 이들, 마전동 방범대원들이 있기에 그곳의 밤길이 마음이 놓인다.

◇ 마전동 자율방범대
△ 대장 :
황성일
△ 부대장 : 백지호
△ 사무장 : 구경민
△ 고문 : 김광래·이윤식·윤동원·김성호·진정호
△ 대원 : 한태공·김경식·김신·최성안·이후영·김정호·서충근·김준혁·조상언·이상현·김영섭·권태우·박영규·김석·이승윤·이근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