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 계룡수필 회원

봉사회 단체를 만들었다. 마음에 맞는 학원장들이었다. 우리가 시설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을 의논했다. 특기를 개발하고 적성에 맞는 것이 있다면 원과 연결시켜 교육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아이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한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키우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지나친 욕심으로 아이를 혹사시키기도 한다. 아이의 호기심도 생기기도 전에 앞서 해 주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며 자라나고 있다.

반면 시설에 있는 많은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 여러 아이의 개성을 다 개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러는 재주가 뛰어난 아이는 개발되기도 하지만.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다. 봉사 모임에서 날짜를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그 날이 오면 내 일이 바빠도 잠시 미뤄놓고 참석한다. 내가 가는 곳은 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시설이다. 아이들은 우리를 보면 유독 관심을 갖는다. 오늘은 어떤 사람이 다녀갈까.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주시한다. 다들 활발하여 거리낌 없이 내게로 다가오는데 유독 한 아이만 주위를 빙빙 돈다.

우리 모임에서는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특기 적성을 가르친다. 내가 맡은 것은 웅변지도다. 주위만 빙빙 도는 아이가 자꾸 신경이 쓰여 수업하기가 힘들었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그 아이. 아이들과 합류해 보도록 권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묵묵부답이다. 공동체에서 한 아이의 일탈된 행동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떤 아이가 ‘원래 저런 아이니, 선생님은 신경 쓰지 마세요.’ 한다. 초등생인 그 아이는 최고 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그렇게 지낸 모양이다.

이젠 그곳에 있는 아이들도 으레 그런 아이라고 단정을 지어 버린다. 그런데 난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혼자만의 갈등속에 방황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은 때도 있었을 것이다. 마음의 문을 잠시 닫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오랜 시간 동안 갈등을 느낀 만큼 사람들과 거리가 생겼을 것이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이방인이 오면 잘 보이려고 한다. 관심을 끌려고 애를 쓴다. 나름대로 양부모를 만나 새 출발을 하여 이곳으로부터 벗어나서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고, 언니 오빠와 함께 뒹굴며, 장난도 치고, 정겹게 지내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는지.   그런데 그 아이는 소질과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아예 낯선사람이 오면 외면한다. 혹여 다른사람이 날 데려갈까 봐, 굳게 입을 다물고 마음을 숨기는지도 모른다.

난 유독 그 아이를 쓰다듬어 주고 웃음으로 대했다. 평범한 것도 잘 하는 것인 양 칭찬해주고 용기를 주었다. 몇 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심을 준 결과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웃어주기까지 한다.

남자아이라서 무뚝뚝한 면은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야기를 해 보니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마음의 문이 닫혀 있을 뿐, 자기를 낳아준 사람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부모를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증오하는 것이었다. 오랜 기다림이 원망으로 변한 까닭이다.   몇 년 전에 봉사활동 한 일이라 지금은 그 아이에 대해서 상세히 모른다.

부모가 누구인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어떤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가 그걸 알아주고 뒷날 만나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반겼으면 좋겠다.

마음의 문을 열어 모든 사람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으면 바랄 것이 없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따뜻함으로 엄마의 정을 대신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혜를 모아 사랑이 더해진다면 훌륭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오늘도 그 아이는 환한 웃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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