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칼럼위원

우리나라에서 2004년 7월부터 공기업, 금융 보험 및 1천명 이상 사업장에서 1단계로 시작된 ‘주5일 근무제’가 이제는 웬만한 중소기업, 관공서, 학교 등에 이르기까지 시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지던 것이, 요즘은 특히 토요일에 등산복이나 야외복 차림의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한 주일에 이틀을 쉬면서 즐기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길어진 주말의 휴일을 어떻게 유용하고 슬기롭게 보내고 있는지는 궁금하다.  처음 이 제도가 시작될 때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실정으로 봐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휴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더욱 유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선진국 진입을 바라고 있는 우리의 실정을 생각할 때 주어진 이 제도는 반드시 유용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옛날에 힘센 남자와 약하지만 지혜 있는 두 남자가 도끼로 장작을 패는 시합을 했다고 한다. 힘센 남자는 자신의 힘만 믿고 빨리 이기려고 쉬지 않고 장작을 패고 있는데 약하고 지혜 있는 남자는 장작을 조금 패다가는 어디론가 가곤 하는 것을 되풀이했다. 그 사이 힘센 남자는 더 많이 패어서 자기가 반드시 이기리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힘센 남자는 지치고 도끼날도 무뎌져서 더 이상 팰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약하고 지혜 있는 남자는 꾸준히 오래도록 장작을 패서 결국 이겼다고 한다. 그 남자가 장작을 패다가 어디론가 간 것은 쉬면서 도끼의 날을 갈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미국에 ‘구글(google.com)’이라는 회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구글을 단순한 검색포털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검색기술뿐 아니라 IT와 비즈니스 전반에 혁명을 몰고 온 기업이다. ‘구글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어디까지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구글의 사내 복지제도 중 가장 특이한 것은 근무시간의 20%를 회사 업무가 아닌 ‘딴 짓’에 쓰도록 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에게 주어진 이 혜택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라고 한다.

그들은 매일 1시간 30여분씩 회사 일을 중단하고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하든지 이 시간을 모았다가 일주일에 하루 또는 한 달에 4일씩 한꺼번에 쓸 수도 있게 했다고 하니 사실상 주4일 근무제인 셈이다.

구글 창업자들이 고집해서 만든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구글 뉴스’와 ‘지메일(Gmail)’ 등 구글에 활기를 불어넣은 새 서비스는 이 제도를 통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구글 직원들은 20%의 시간을 ‘어처구니 없고 엉뚱한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이 프로젝트들 중 상당수가 구글의 획기적인 신규 서비스인 ‘뉴스 로봇’ ‘지메일(Gmail)’ 등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구글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명한 기업이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휴식을 잘 활용하면 업무능률은 물론 업무의 질도 향상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휴가를 가장 즐기는 프랑스인은 한국인 보다 덜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높다고 르 피가로가 국제노동기구(ILO)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한국인 1인의 평균 연간 노동시간은 2천380시간이지만 프랑스인의 노동시간은 1천441시간에 그친다.

한국인의 평균 노동시간이 프랑스인보다 65% 많은 셈이다. 이밖에 미국인 1천824시간, 일본인 1천789시간, 영국인은 1천669시간씩 일한 것으로 ILO 통계에 나타났다.

르 피가로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프랑스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라며 예를 들어 한국인 보다는 3배 더 생산적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산업사회에서의 시간관리가 주로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시간의 양(量)’을 중시했다면 정보화사회에서의 시간관리는 스피드와 타이밍을 중심으로 한 ‘시간의 질(質)’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즉 쉬는 시간에도 도끼를 갈 수 있는 슬기로운 시간 계획을 세워 관리한다면 업무를 위한 재충전은 물론, 자기계발, 화목한 가정관리 등으로 한층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개인은 물론 사회나 나라살림도 질 높은 사회로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정해년(丁亥年) 새해에는 우리도 ‘빨리빨리’에서 이제는 차분하고 질 높은 그리하여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한 해가 되도록 힘썼으면 하고 소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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