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두갤러리-엄윤숙·윤영 자매

1999년 폐교된 법동초에 '둥지'…수려한 자연 풍광에 느낌 좋아 눌러앉게 돼
작품 환경과는 달리 그림 거래 수준은 '미달'…여건 되면 미술 강좌도 하고파

▲ 엄윤숙·윤영 자매 작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법동마을에 위치한 작업실.

1999년 폐교된 법동초등학교를 갤러리로 꾸며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는 두 화가가 있다.

엄윤숙(54)·윤영(52) 자매. 6년 전부터 거제면 법동마을에 지두갤러리를 꾸리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엄윤숙 작가는 주로 정물화를 엄윤영 작가는 주로 나무를 소재로 한 풍경화를 그린다.

지두갤러리에 들어서면 올라서는 계단부터 그녀들의 작품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엄윤숙 작가의 '어머니의 방'은 갤러리의 초입에서 강하게 눈길을 잡아 끈다.

엄윤숙 작가는 꽃만 25년을 넘게 그렸다. 그녀는 꽃이 예쁜 것보다 생명력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엄 작가는 "시들기 직전의 꽃이 주는 생명력이 아름답다"고. 그래서 그녀가 그린 정물화에 그려진 꽃들은 피어나고 있는 시점의 모습은 아니다.

▲자매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엄윤숙(사진 왼쪽) 윤영(사진 오른쪽) 자매.

엄윤영 작가는 3살부터 항암 치료를 해왔다.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고독한 느낌이 묻어난다고. 엄윤숙 작가는 동생이 나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6년 전부터라며 나무의 생명력과 강인함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자매가 거제에 오게 된 것은 작품을 하기 위해서였다. 엄윤숙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공간, 작은 창고 하나라도 빌리고 싶었다. 제자에게 폐교를 빌려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해보게 됐다"며 법동초등학교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러나 화실에서 공상하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2년 동안 폐교에 갤러리와 화실을 꾸미면서 고생이 많았고, 그 때문에 2년 동안 이사 박스도 못 푼 채 생활을 했다.

▲ 언니 엄윤숙 작가와 작품들. 주 테마는 꽃.

그러던중 섬달 갤러리의 곽지은 관장을 만나고, 차츰 거제 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하게 됐다. 현재는 일주일에 한 번 5-6명의 그림을 봐주면서 교류를 하고 있다. 

엄 작가는 "거제에는 큰 그림을 완성시켜 2년 정도만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팁을 받았다. 아침의 새소리, 해질녘의 풍경…시적인 감성을 선물로 받았다. 또 몸이 안 좋은 동생의 몸도 차츰 좋아지더라"며 거제에 둥지를 틀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두 자매에게 여전히 거리적인 어려움은 있다. 엄 작가는 "거제에는 아직 그림을 사고파는 정서가 형성이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작품 하기는 좋은데 실질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양면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동생 엄윤영 작가와 작품들. 주 테마는 나무.

엄윤숙 작가의 첫 개인전은 2000년, 2인전은 1987년부터 18회째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다 나름대로 쉽지 않았다. 화랑에 들어가면 화랑주에 따라서 스타일이 달라진다고.

두 자매는 전시를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엄윤숙 작가는 올해 로스앤젤레스 초대전, 부산 갤러리 개관전, 세종호텔갤러리 개인전 등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엄 작가는 "젊었을 때는 심각한 게 좋고 뭔가 하는 것 같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심플한 것, 귀여운 것이 좋더라. 동화같이 살고 싶다"며 "진주·진해 등지에서 수업을 해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환경이 안 되서 그걸 못 하고 있다. 환경만 좀 개선된다면 문화센터처럼 기초 선생 할 수 있는 몇 명과 바르게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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