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거제자활센터 박금자 요양보호사

거제면 신임수 할머니, 양안 실명으로 앞 못봐…기력저하 등으로 대소변 조절도 불가능해
거제지역자활센터 박금자 요양보호사, 1년 넘게 일주일에 6일씩 할머니 찾아 수족 되어줘

▲ 거제지역자활센터 소속 1급 요양보호사 박금자씨(오른쪽)가 신임수 할머니에게 물을 먹여드리고 있다.

"죽을 때도 내 이름 부르며 죽을 꺼 아닙니꺼"

현재 거제시의 노인 인구 16503명(11월 거제시 통계) 중 22.7%에 이르는 3750명의 어르신들이 독거노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는 혼자서는 일상생활 및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상당수다.

거제지역자활센터는 지난 2002년부터 거제돌봄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재가가사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이나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중 장기요양 등급판정위원회를 통해 1-3등급으로 인정받은 분들이 그 대상이다. 그중 한 분인 신임수 할머니(80·거제면)를 지난 15일 만났다.

장기요양등급 2등급인 신임수 할머니에게 세상은 온통 암흑이다. 양안 실명으로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령으로 인한 기력저하 등으로 대소변 조절이 불가능한 신 할머니는 하루 종일 기저귀를 차고 방안에 누워 있는다.

그런 신할머니가 세상에서 만나는 유일한 말벗이자 친구가 있다. 바로 거제지역자활센터 소속 1급 요양보호사인 박금자씨(여. 66)다. 박금자씨는 벌써 1년 넘게 일주일에 6일씩 신할머니 댁을 찾아가 할머니의 수족이 되어주고 있다.

"쟈가 욕 본다 아이가."

이리 눕혀달라, 저리 눕혀달라 신 할머니는 쉬지 않고 박씨를 찾았다. 신 할머니가 온종일 누워있는 곳은 3평 남짓한 방안.

혼자 힘으로는 일어서지 못하니 박금자씨의 손길 없이는 거의 거동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계속해서 박씨를 채근하던 신 할머니는 잠시 자리를 비운 박씨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금세 풀 죽은 목소리로 "어디갔노? 벌써 갔나?"라며 찾기도 했다.

박씨는 할머니의 투박스런 말투를 '투정'이라고 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박씨에게 할머니는 또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 또다시 "내 저리 좀 눕혀도. 안 편타"며 타박을 놓았다.

"사람이 그리워서 내가 오면 괜히 더 저러는 것 아닙니꺼. '내가 니만 오면 어리광 피운다고 이런다 아이가' 라고 자주 말씀하시지예."

박씨가 요양보호사 생활을 한 지도 벌써 5년이 됐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박씨는 환히 웃으며 "직업 아닙니까? 힘들 거 하나도 없습니더"라고 대답한다.

요양 보호사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는 상관없이 박씨는 프로정신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요양 보호사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함께 있던 거제지역자활센터 최영숙 센터장이 살짝 귀뜸하기를 박금자씨가 바로 2010년도 경남자활가족한마당 우수 참여자상 수상자라고 했다.

그동안 박씨의 손길을 거쳐간 재가가사간병서비스 대상 노인들만 해도 수십명이다. 수십명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박씨는 말벗이자 친구, 그리고 가족이 되었다.

"제가 돌보다가 얼마전에 굿뉴스병원에 입원한 한 어르신이 자꾸 저를 찾는다고 하대예.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하루 종일 나만 찾는데 돌아가실 때도 내 이름 부르다 돌아가실 게 아닌가예" 씩씩하던 박씨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실리는 순간이었다.

할머니 집에 머물러 있던 세시간 동안 박씨는 무척 바빴다. 식사 준비에 청소, 할머니의 용변 뒤치닦거리까지 박씨는 쉬지 않고 일했다.

그날 따라 제대로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목욕용으로 받아놓은 차가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서도 박씨는 연간 웃었다. 직업이 있어 행복하고 노인들을 보살필 수 있어 그것이 보람이라고 했다.

최영숙 거제지역자활센터장에 의하면 가족,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는 노인인구가 적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독거노인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 홀로 늙어가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의 온기는 떨어져 있으면 나눌 수 없지만 마음의 온기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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