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거제시가 시끌벅적하다. 마치 큰 경사라도 난 듯 중앙 언론을 비롯, 지방 언론들이 앞 다투어 소득 높은 거제시의 특집 기사를 싣는 등 요란하다.

경남에서 하나 뿐인 특1급 호텔인 삼성호텔은 지난 연말, 연휴 동안 80개의 객실이 모두 차고 지난 1일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온 시민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려 일부 인사는 ‘돈이 넘쳐나는 것이 보인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점심은 1인당 2-3만원대, 저녁은 4만7천원-7만8천원이었지만 한 달 전에 예약이 이미 끝나 이날 예약 없이 호텔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시민들도 많았다는 보도였다.

더구나 지난 9월 개장한 홈플러스는 개장 첫날 10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지금도 하루 평균 2억원을 웃돌며 2003년엔 하나도 없던 소아과가 지난해엔 3개로 늘었고 한의원은 2000년 20개에서 31개로 불었으며 연 2조1천6백억원의 거액이 급여로 풀려 월급날은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불야성을 이룬다며 거제시의 현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 김한겸 거제시장은 거제는 조선업 장기호황과 관광휴양도시로 명성을 굳히고 있다며 “이제는 문화 예술 복지 등이 두루 꽃피는 ‘명품 거제’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나 거제시장의 목표는 과연 객관성이 담보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 거제의 터주 대감, 농,어업인은 조선업이라는 산업화에 밀려 삶의 터전을 잃고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는 현실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문전옥답은 투기꾼들의 장난에 날리고 어머니 품속 같던 우리의 생활터전 바다는 각종 오염물질로 물든 상황이다.

또 거제시의 실핏줄인 각종 간선도로는 행정의 무대책으로 인해 동맥경화증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꽉 막힌 교통대책은 언제 어디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119 구급차량 진입조차 불가능한 현실이다.

또 거제교육의 미래도 문제다. 지난해 10월말, 20만 명을 돌파한 거제시 인구는 이제 30만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러나 거제시 행정이나 교육당국의 적절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인구가 느는 만큼 교육시설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앞서가는 교육환경, 차별화된 교육기술, 인재육성이 우선이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고교연합고사 부활 여론’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조선소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대책도 발등의 불이다.

삼성조선 근무자 총 2만5천4백여 명 중 직영 9천8백여명을 제외한 1만5천6백여 협력업체 종사자와 대우조선 총 2만5천여 근무자 중 협력업체 종사자 1만4천여 명의 대책도 발등의 불이다.

협력업체 종사자들은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 수입금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불평은 이제 귀가 따가울 정도다.

이같은 무수한 문제점은 풀지도 못한 채 어찌 이렇게도 ‘풍요로움’ 타령인가. 짜 맞추어놓은 듯한 행정과 일부 언론의 부풀리기 보도형태는 지금이라도 버려야 옳다.

더구나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조선업 몰락은 이미 일본이 경험했다. 고소득에 따른 조선인력 기피현상이다. 

지금처럼 우리의 경제가 역주행할 경우 과시형 국민성이 먹혀들지 모르지만 ‘소득 3만불 시대 거제도가 연다’ ‘불이 꺼지지 않는 거제시’ 등의 일부 보도는 분명 무리다.

차라리 머지않아 닥칠 조선불황과 이에 대비하는 올바른 계획이 더 급하다. 대우조선은 지난 1997년 루마니아 망갈리아 현지 1백만㎡에 조선소를 설립, 연간 신조 8척, 수리 1백여 척 등으로 연간 매출 2억9천만 달러를 올리고 있으며 삼성조선도 중국 현지에 블록공장을 건설하는 등 조선소 설립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다.

거제 활황 조선소의 불은 언제가 꺼진다. 조선경기 다음을 계획하는 미리 짜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거제발전을 위한 거제시 행정의 짜임새 있는 계획성, 일관성 있는 태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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