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합창단…사명대사 추모합창대회 최우수상

5년전 계룡사 신도 주축 10여 명 중창단 구성, 2007년 합창단으로 '거듭'
지난달 배영선 지휘자 영입…각종 대회 참가하며 실력 쌓기에 '구슬땀'

지난 9월3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제7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가 펼쳐졌다. KBS 예능 '남자의 자격'팀의 참가로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뜨거웠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박칼린과 합창단에 참여했던 멤버들 역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올해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의 참가 접수가 너무 일찍 마감되는 바람에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는 합창단 한 팀을 만났다.

지난달 10일 열린 사명대사 400주년 기념 추모합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돌아온 동백 합창단(Camellia Chorus)이다.

"다들 개인 생활이 있는 사람들이라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합창단을 하면서 한달이 잘 가고 일년이 참 빨리 간다. 말이 3년이지 대회 준비하고 발표회, 산사음악제를 하다보니 시간이 참 정신없이 흘러간다."

"일반인들이 무대 위에 설 일이 잘 없다. 하물며 무대 위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이는 일도 흔치 않다. 그런 설렘과 떨림이 합창을 계속하게 한다."

동백합창단을 처음 만난 것은 최근 지휘자로 합류한 배영선 교수와 환영식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저녁 식사를 겸한 자리에 안순남 단장과 멤버들은 저녁을 차리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단원들이 함께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식사를 하는 모습이 마치 자매들의 식사자리를 보는 것 같았다.

동백합창단의 시초는 5년 전, 계룡사 신도를 주축으로 10여명이 중창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합창단을 만들게 된 것은 불교 음악계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역사가 깊은데도 서양 음악에 눌려 있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단다. 물론 지금은 종교에 상관없이 모인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신생 합창단으로 창단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7년 1월, 2008년 3월 청소년수련관에서 첫 정기 발표회를 가졌다. 이후 태백 전국합창경연대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 찬불가경연대회 등 지속적으로 대회에 참가하고 해마다 정기발표회도 빼놓지 않고 있다.

동백합창단은 나이, 성별, 전공 구별 없이 단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직업이 있는 사람들도 있고, 주부들도 있다. 현재 총 인원은 30여명. 아마추어 합창단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남자 단원 5명도 활동하고 있다. 남성 단원 중에는 20대도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40~50대로 다른 합창단보다 연령대도 조금은 낮은 편이라고.

김연숙 사무장은 "사실 1주일에 한 번 모이는 거지만,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같이 모여서 활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다들 정말 음악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처음 합창단을 시작하는 멤버들은 겁을 먹는 경우도 있다. 노래 못한다고 부담감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잘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못하던 사람이 늘기도 하고, 또 잘 하던 사람은 도리어 평소보다 못하게 되기도 한다. 화합하면서 하모니를 이루다보면 서로 수준이 닮아가면서 평준화되는 식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태백전국합창대회란다. 연습을 한지 1년도 안된 오합지졸일 때 전국대회에 가겠다고 옷을 맞춰 입고 강원도까지 갔다.

김 사무장은 "정말 겁도 없었다. 도전을 한건데 정말 혹독한 현실을 깨닫고 온 대회였다"고 말했다. 어느정도는 알고 갔지만 그걸 피부로 느끼는 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 '훨훨 날아라' '슬픔에게'라는 듣기 좋고 예쁜 곡을 불렀는데 곡 선정부터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러나 그들의 도전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해보자는 생각에서 동백 합창단은 계속 각 대회에 문을 두드렸다. 세계 월드 콰이어 챔피언십, 거제전국합창대회 등 큰 대회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겁이 없었던것 같다. 끝에서 2-3등 한 것 같다. 그래도 불교합창대회는 우리가 중상위는 하는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다"고 김 사무장은 말했다.

왜 그렇게 계속해서 대회를 고집한걸까. 합창대회를 계속해서 나간 이유는 오기가 생겨서란다. 대회에 나가 지고 돌와오면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생긴다는 것이다.

월요일 저녁 8시, 계룡사에 모인 동백 합창단의 연습을 참관했다. (마땅한 연습공간이 없는 것을 배려해 계룡사에서 연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연습 시작시간이 다가오면서 하나 둘 모여드는 멤버들, 오랜만에 만난 동창처럼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시끌시끌하다. 가족 같은 분위기, 아마 이런 분위기가 동백 합창단의 파워가 아닐까.

지난달부터 진주국제대학의 배영선 교수가 지휘자로 합류했다. 배 교수는 "동백 합창단은 열의와 성의가 대단하다. 어쩔 수 없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해서 이 팀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트레이너 1명, 반주자 1명을 갖추고 체계화 시키는게  목적이다. 아마추어 팀도 이렇게 잘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겁없는 합창단과 욕심 많은 지휘자가 만났으니 동백 합창단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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