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배 전 거제군수, 칼럼위원

핵을 보유한 두 강대국이 있었다. 두 나라는 핵전쟁을 대비하여 지하에 서로 비슷하게 대피호(待避壕)를 마련했다.

대피호는 7개 층으로 핵 방사능 방지를 위해 과학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되어 구축된 것이다. 각 층을 각각 레벨1~레벨7이라 불렀다.

레벨7은 지하 4,400피트에, 핵공격용 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는 특수사관들로 구성된 PBX(Push Button X)부대로 명명된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이 주력부대를 돕기 위한 각종 요원들을 합쳐서 약 5백 명이 수용되고, 레벨6은 지하 3,000피트에, 핵 방어용 미사일 발사버튼을 누르는 PBY(Push Button Y)부대로서 요원 약 5백 명이 수용되었다.

레벨5는 지하 1,500피트에 국가의 최상층 엘리트 2만 명이 수용되고, 레벨4는 1,000피트에 중간층 엘리트 10만명, 레벨3은 500피트에 하층 엘리트 50만명, 레벨2는 100피트에 사회적 부적응증 인간들 약 백만명을, 마지막으로 레벨1은 지하 10~60피트에 기타 국민들을 수용하여 핵전쟁에 대비한 것이다.

드디어 어느 날 상대국이 오발로 핵미사일을 발사했다. 이것을 핵전쟁 발발로 오인하고 PBX부대가 공격을 개시하고, 상대국에서도 이에 응사(應射)하니, 자동적으로 PBY부대도 이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공격개시와 동시에 지구는 황폐화되고, 레벨1을 포함한 지상의 모든 사람들은 사망하고 말았다.

레벨2는 나흘째까지는 백만 명 중 2만5천 명은 즉사를 면할 수 있었으나 열흘이 지나자 나머지 사람들이 병에 걸려 사망하기 시작하고 약 석 달 후에는 레벨3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원인은 보급수(補給水)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이다.

석 달이 지나고 1주일 후에 레벨4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그로부터 열흘 후에는 레벨5에서 반란이 일어나 전쟁을 일으킨 정치인들을 죽이고 군인 장성급들이 장악했으나 발병이 시작되었으니 곧 이어 레벨3·4·5 모두 절망상태에 이르렀다. 지하수 오염과 핵폭풍 혹은 열, 최후적으로는 방사능에 의해서 죽은 것이다.

석 달 반이 지나자 레벨6 군인들도 모두 사망하고, 핵미사일 발사 후 넉 달이 지나자 대피호 내에 설치된 원자로(原子爐) 고장으로 방사능이 유출되어 레벨7에서도 죽음이 시작되어 며칠 사이에 소설의 주인공 PBX-127을 비롯하여 모두가 사망하고 말았다.

핵폭풍으로 인하여 인류가 일시에 지구상에서 멸망하고 말았다는, 1959년도에 발간된 모르데카이 로쉬왈트(Mordecai Roshwald)작 「핵폭풍의 날(Level seven)」의 일기체로 된 과학소설의 줄거리이다.

우주선을 타고 서기 2,673년에 지구를 향해 귀환하던 테일러(찰톤 헤스톤)를 비롯한 세 명의 과학자가 불의의 사고로 지구를 떠난지 1,500년 후인 서기 3,878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혹성에 불시착한다.

그 혹성은 원숭이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극소수의 인간들은 노예가 되어 동물원 같은 곳에 감금된 채 원시인과 같은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원숭이들에게 잡힌 테일러 일행은 다른 인간들과 달리 말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격리 수용되어,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젊고 개방적인 원숭이 과학자 지라(킴 헌터)의 실험대상이 되고 실험요원들은 테일러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말투와 행동에 지대한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테일러는 혹성탈출을 시도하지만 해안에 펼쳐진 충격적인 장면(뉴욕의 ‘평화의 여신상’)을 보고 경악하는데… 그 혹성이 바로 핵전쟁으로 잿더미로 변해버린 지구인 것을 알게 된다.

1968년에 제작된 영화로 프랭클린 J 샤프너(Franklin J. Schaffner) 감독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의 줄거리이다.

이렇게 가공할 핵무기가 1945년 7월 16일 미국에서 최초로 실험된 이래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의 핵보유국과 1974년과 1998년 각각 핵실험에 성공한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핵실험은 한 적이 없음) 등에 이어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9번째로 ‘핵 클럽(Nuclear Club)’의 반열에 오르고 말았다.

하도 억(億), 억 하니 억대의 돈 무서운 줄 모르듯이, 요즘은 하도 핵(核), 핵 해대서인지 가공할 핵의 위협에 불감증이라도 걸리지 않았나 염려될 정도이다. 부디 이 지구가 이솝우화에 나오는 ‘목동과 늑대(The boy crying wolf)’의 꼴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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