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야 삼돌아
서양 사람들 자본주의에 반해서 금전만능에 물들지 말고
옛날 우리 선조들이 살아 온 정신세계로 돌아오라

인생은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 숨 막히는 먼지 속에서
허황된 명예와 탐욕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산 높고 물 맑고 인심 좋은 고향으로 돌아오라

흙냄새 풍기고 향수가 젖어있는 이곳
텅 빈 마을에 밤이면 옛집 마당에 도깨비들의 만찬회가 열리고
사립문에는 쑥대가 춤을 추는 네가 태어난이 두메산골에
초가삼간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뒤뜰에는 감나무랑 밤나무랑 심어놓고
대나무 울타리에 봉숭아 나팔꽃이 아름답게 피고 지고
오후의 따스한 햇빛아래 낮잠 자던 살이가 지겨운 듯 하품하고

넒은 마당에는 고추잠자리가 병아리를 희롱하는
공기 맑고 평화로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삼돌이는 트럭타 몰고 논갈이 가고
순이는 텃밭에 고추 심고 담장 밑에 호박도 심으며

물레방아 돌아가는 개울가에서
석이놈과 은어 붕어 피라미 잡아 회 만들고 매운탕 끓여 술안주 해서
밝은 달 아래 멍석 가에 둘러앉아 모깃 불 피워 놓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끝없는 옛날 이야기들이 이어져
꿈속까지 아련히 들려오는 평화로운 밤

골목길 돌담 속에 먼 옛날 조상님들 숨소리가 들려오는 이곳으로
사랑하는 삼돌아 그리고 순이야 아이들과 함께
백발이 된 어머님이 홀로 계시는 옛집으로 돌아오라

추녀 밑에는제비가 날고 저녘 연기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아가면서
추석 명절에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앞에 사과 배 감이랑 차려놓고
술 한 잔 올리고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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