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11월30일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 등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을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반발속에서 거대 양당에 의해 찬반토론조차도 없이 졸속으로 강행 처리했다.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8백50만명으로 1천5백만 노동자의 57%에 해당되며, IMF 사태 이후 국제적 투기자본의 요구에 의해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시킨다는 이유로 매년 50만명 이상이 양산됐고,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노동법 적용도 요원한 일이었다.

기업들은 정규직보다 구조조정이 쉽고 인건비도 저렴한 비정규직을 절대적으로 선호해 왔으며, 정부마저도 보호 대책마련 보다는 경영효율을 내세워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31만명까지 늘렸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급속하게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됐고, 당초 우리의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했던 IMF까지도 이제는 내수시장회복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 해결을 이유로 규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백19만8천원으로 정규직 평균임금 1백90만8천원의 60% 수준이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양극화의 핵심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처럼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해고나 고용조정은 경제적 파산선고와 같은 문제로 나타나기에 노동문제이기 이전에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거대 양당은 국민들의 절대적 바람이었던 경제회복과 부동산 투기 근절, 민생고 해결과 공직사회 개혁은 뒷전이었지만 우리사회의 가장 참혹한 현실을 견디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냉혹함을 보여줬다.

이번에 졸속으로 처리한 비정규직 3개 법안은 사실상 2년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규모 해고와 실업을 제도화 하게 될 것이다. 관련 법안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는 선언적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국가인권위에서 조차 권고한 ‘기간제 노동자 사용사유제한’(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을 무시한 채 계약직 사용기간을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서 기업들이 계약직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기회만 늘려준 꼴이다.

불법파견을 사실상 허용해 2년이 지난 파견 노동자의 고용의제(고용한 것으로 법적으로 간주하는 것)가 고용의무로 후퇴했다.

고용의제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단순한 고용의무를 어느 사용자가 지키겠는가?

거제시는 지난 달 인구 20만 시대를 열었다. 그 중심에 대우, 삼성의 양대조선소의 노동자들과 가족 그리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과 산업재해, 임금, 복지, 권익, 노동시간 등에서 법의 보호도 없이 철저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거제시에서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 대책이라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전담부서를 운영, 이들이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인 산재나 임금체불, 고용상담, 구제활동, 취업을 전담할 수 있는 센터를 운영해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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