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내 계룡수필 회원

평소 전화를 자주 받는다. 그러나 오늘처럼 근심걱정을 날려버릴 것 같은 반가운 전화가 또 있을까 싶다.

“엄마, 나 그 기업체에 합격했어요.”

아들의 목소리가 기운차다. 대기업체에 서류를 내놓고 면접 보고 와서 가슴 졸이던 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안쓰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나는 금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 애썼다. 정말 축하한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오늘따라 아들이 대견스럽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취업 하고 사회에 발을 디뎠는데, 늦어진 자신은 그간 취업 준비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싶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마음이 더 아리며 아들을 합격시켜준 회사가 고맙기 그지없다. 요즈음 직장 갖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은데 그들을 불러주는 직장이 많지 않아서이다.

대학에서 배운 대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직장이 어디 기다려주고 있던가.

그런데 취업이 되었다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옆에 있다면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번 집에 왔을 때 보니 어찌나 야위었는지 안쓰러워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이제 아이가 그 짐을 벗게 되었으니 어찌 고맙지 않으리.

사람들에겐 일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사회에 되돌리며 사는 것도 마땅한 일일 터이다.

그럼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방황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해서 그렇고, 발이 닳도록 일자리 찾아나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도 그렇다.

석사, 박사 학위 받고서도 취업이 되지 않아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한다 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어떤 땐 어미의 좁은 소견머리로 이 사회가, 현실이 원망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그래도 적성에 맞는 일 찾아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바람일 것이다.

3D 현상이라 하여 어렵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게도 문제가 있지만, 여태 노력하며 쌓아온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서글픔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신들이 갈고 닦아온 분야를 찾아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사회가 젊은이들이게 자신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아들은 전공한 대로 건축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적성에 맞게 취업했지만 마냥 편하고 쉬운 일만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아들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맨 처음엔 일선 현장에서 노동의 힘겨움을 체험할 것이고, 뜻하지 않은 일에 봉착하여 실망하거나 좌절하여 잠시 정체성에 빠져 헤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취업하기 위해 보냈던 날들보다 삶의 현장에서가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나아가면서 때론 한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고, 더러는 딴 길로 접어들어 고생하더라도 헤쳐 나오는 지혜도 스스로 터득해야 할 것이다.

아들이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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