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춘 칼럼위원

유달리 무더웠던 올 여름도 기억속에 묻혀가는 차가운 연말이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엊그제 새해 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것 같은데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도 없이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시간이다.

어려운 이웃 생각할 때

주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거제시라고는 하나 주변에는 어려운 세대와 이웃이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겨울방학이 오히려 굶주린 배를 움켜쥐게 하는 어린 아이들도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리의 이웃을 생각해 보는 연말이 되길 기원해 본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불우시설에 대한 따뜻한 봉사야말로 우리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최고의 미덕이 될 것이다.

꼭 금전이나 많은 물건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단체의 하루 대청소 봉사나 목욕봉사 등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거룡 RC의 ‘사랑의 김장’에 찬사를

참으로 아름답고 훈훈한 미담이 전해지고 있어 올 연말 우리 거제는 온정이 넘쳐흐를 것 같다. 봉사란 아무도 몰래 정성으로 베푸는 것이어야 더욱 아름답겠지만 소문을 내지 않으려 해도 소문이 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지난 9일 양정리 휴경답 1천2백여평에서 통통하게 알이 꽉 찬 2천여 포기의 배추 수확작업이 벌어졌다.

이곳 휴경답에는 거룡로타리클럽 80여명의 회원들과 부인들 및 가족들이 비지땀을 흘려가며 가꾸어 온 6천 포기의 배추 가운데 일부였다. 5톤 트럭과 1톤 트럭에 가득 실린 배추는 대우조선해양 구내식당으로 옮겨져 10일 맛있는 ‘사랑의 김장김캄로 변했다.

이 ‘사랑의 김장’은 11일 거제지역내 불우이웃에게 모두 전달돼 주위 사람들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히 이번 ‘사랑의 김장’ 봉사활동에는 거룡로타리클럽 가족은 물론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웰리브 직원들과 대우조선해양 봉사단체인 주부 다물단과 시청 자원봉사자 등 50여명이 거들었다.

온 종일 김치 담그기에 고생한 숨은 봉사자들의 고마움에 거제사회는 고마움과 찬사를 보낼 것이다.

이름없는 봉사는 더욱 아름답다

언젠가 신현읍사무소에 연말이면 얼굴 없는 봉사자가 어김없이 나타나 쌀 수십포대를 두고 간다는 사실이 알려진 적이 있다.

이같이 이름과 얼굴도 알리지 않은 채 정성으로 봉사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 아니 우리 거제사회에도 무수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이야말로 참 봉사자요,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번 거룡로타리클럽의 비지땀 봉사도 소문만 났을 뿐 이름없는 봉사자들의 정신만큼이나 아름답고 훈훈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정성을 다해 가꾸었는지 당초 10kg들이 2백여 박스로 예상됐던 김치가 4백여 박스로 늘어났고, 여기에 15kg들이 김치도 50여 박스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거룡로타리클럽 가족들의 정성으로 배추 포기가 너무 크고 속이 꽉 찼기 때문이었다니 정말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또 온 정성을 다한 웰리브와 대우조선해양 주부 다물단 및 시청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어린 봉사는 올 연말 거제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다.

시민모두가 봉사자가 되자

소득 3만 달러에 살고 있는 잘 사는 거제시라 하지만 봉사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불우이웃은 많다.

수많은 봉사단체에서 나름대로 열성을 다하고는 있지만 늘 그늘진 구석은 있게 마련이다.
시민 전체가 봉사자가 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진정 거제시는 소득 3만 달러에 걸맞는 훌륭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저물어가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남모르게 봉사하는 사람들과 어려운 여건에서도 봉사단체를 만들어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는 그들에게는 고마움을 전해야 할 것이다.

사랑의 김장을 담그는 정성이라면 풍요롭고 살기좋은 거제의 미래를 분명 약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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