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 파란 학교, 동부면 '율포분교'

학생 12명 뿐인 '작은 학교', 함께 등교하며 공동체 생활
자연 벗삼아 건강하고 쾌활…영어 등 1대1 '과외수업'도

시골분교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된다. 36개의 지역 초등학교 중에서 9개교 밖에 없다던 원어민 선생님도 일주일에 두 번씩 율포분교를 방문해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큰 학교 아이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정겨움과 순수함이 있고 비록 작은 학교지만 우리 모두는 가족이고 형제지요"

이 학교에는 2학년 2명, 4학년 3명, 5학년 5명, 6학년 2명, 총 12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두 선생님이 4개 학년을 가르치기 위해 2학년과 4학년을 한 반으로, 5학년과 6학년을 한 반으로 묶어서 복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도심의 큰 학교의 아이들과 이 학교 아이들이 두드러지게 다른 면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정주욱 교사는 곧바로 "아이들끼리의 관계가 다르고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마음껏 뛰놀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이들은 건강할 뿐더러 급우들 간의 관계 역시 남다르다는 것이다.

"작은 학교라고 해서 왕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율포분교는 다릅니다. 하루종일 함께 어울려 형제처럼 생활하다 보니 그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 기다리고 양보하는 마음들을 자연스럽게 배우지요. 그런 소양들은 돈 주고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율포분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셈입니다"는 게 정 교사의 분교철학이다.

학생 수가 적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여러 측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침 일곱시 반이면 쌍근 마을에서부터 들어오는 마을버스에 차례차례 올라 전교생들이 다 함께 학교로 들어온다. 또 다섯시 반이 돼야 마을 밖으로 나가는 버스가 있기에 방과 후에도 아이들은 학교에 남아 친구들, 선생님과 어울려 하루 종일 함께 생활을 한다. 그런 활동 속에서 참여의지가 자라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저절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 수가 적다보니 선생님과 '1:1 과외 수업' 도 가능하단다. 율포분교에는 학습 부진아가 없다. 지난 200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거제 내 부진아 없는 학교 8개 학교 중 율포분교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도교육청 지정 생태교육 시범학교이자 원어민 교사와 1:1 영어회화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으니, 교육환경 역시 오히려 큰 학교보다 나은 셈이다.

분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행여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을까?

"이 학교에 오자마자 '분교에서의 교사생활은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교는 규모가 큰 학교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근무해야 합니다. 교사가 자신의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마음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참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는 곳이죠.

그런데 반대로 몇 년 푹 쉬다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학교는 빛을 잃게 됩니다. 분교는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교사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라고 정 교사는 말한다.

율포분교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게 진정어린 관심을 줄 수 있는 율포분교의 환경이 너무나도 좋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선생님에게 다가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한 시간여 지켜본 수업시간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창의력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분교 출신 아이들은 학교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옵니다. 율포분교에서 배운 여러 가지 경험을 밑거름으로, 우리 아이들이 훌룡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참다운 '교육'의 현장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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