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는 아이를 낳는 장소를 말합니다. 옛날에는 잉태와 출생과 성장이 집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잉태지, 출생지, 성장지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제각각 다른 장소에서 이뤄집니다. 예컨대 잉태는 신혼여행지에서, 출생은 병원에서, 성장은 집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시간과 장소는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은 천기(天氣)를 뜻하는 것으로 흔히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말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연, 월, 일, 시에 따라 평생 운이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때문에 좋은 사주팔자를 미리 뽑아놓고 그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낳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좋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 탄생한 아이가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장소는 지기(地氣)를 말합니다. 태어날 때 어느 땅 기운을 받느냐에 따라 우리 선조들은 산방(産房)을 가장 정길한 방으로 택했습니다. 또 출생지와 인물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안동시 도산면 은혜리 퇴계 이황선생이 탄생한 집은 당호(堂號) 퇴계선생태실(退溪先生胎室)입니다. 가옥 안채 중앙에 돌출된 방에서 퇴계선생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강릉 오죽헌(烏竹軒)은 이곳 몽룡실(夢龍室)에서 율곡(栗谷)선생이 태어남으로 해서 더욱 유서 깊은 곳이 되었습니다.

동물도 새끼를 낳을 때는 장소를 가리는 법입니다. 아이를 낳을 때는 좋은 터를 골라야 하는데 오늘날 대부분 병원에서 낳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병원이 터가 좋은 지를 알아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산후조리원도 좋은 장소를 택해야 합니다. 최근 산모의 건강회복을 위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옛날 대가족 시대에는 친정집이나 본가에서 산후조리를 했지만 핵가족화가 되면서 산후조리원을 보통 2~3주 동안 이용합니다.

이때 어떤 지기를 받느냐 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좋은 장소를 미리 정해놓아야 합니다. 터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산모의 건강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좋지 못한 곳에서 산후조리를 하다가는 기(氣)가 소모된 산모는 건강에 득이 없을 것입니다.

사주팔자를 좋게 하기 위하여 시간에 대해서는 열성을 다하면서도 장소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좋은 사주에 맞춰 아이를 낳는 것은 시간적인 제한도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소는 미리 고를 수도 있고 부작용도 없으므로 좋은 터를 찾도록 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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