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아줌마들의 열정적인 무대 여성 7인조 그룹사운드 레인보우

크리스마스를 10여일 앞둔 지난 11일 연초면 송정마을 앞 해금강 자동차 매매상사에서 경쾌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졌다.

음악소리를 더듬어 찾아간 곳은 5평 남짓한 컨테이너 건물 안, 음악에 심취해 무아지경에 빠진 여성 7인조 그룹사운드 ‘레인보우’회원들을 만났다.

좁고 어두운 컨테이너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가 이들의 정기연습날. 드럼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파워풀한 드럼 장단에 기타 베이스 키보드와 아이를 등에 업은 보컬까지.

오는 23일과 24일 고현 수협마트 앞에서 펼쳐질 ‘불우이웃돕기 거리공연’을 위해 실제 공연보다 더 공을 들이는 회원들의 연습무대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뜨겁다. 레인보우의 고문을 맡고 있는 변동수씨(57)의 “대충 쉬어가면서 연습하면 안되냐”는 질문에 그룹의 리더인 송미옥씨(57)는 “늦게 시작한 음악이고 늦은 만큼 남들보다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에 대충은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는 수많은 아마추어그룹사운드 동호회가 있다. 하지만 레인보우는 조금 특별하다. 여성으로만 결성된 그룹사운드라는 것도 평범하지 않지만 평균 연령이 50대가 넘는 아줌마 그룹사운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주부 그룹사운드 레인보우는 지난 2006년 음악학원에서 악기를 배우던 회원들이 ‘거제지역에서 제대로 된 여성들의 그룹사운드를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취지 아래 결성됐다.

그룹의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레인보우의 멤버는 모두 7명이다. 드럼과 그룹사운드의 리더를 맡고 있는 송미옥씨(57)를 비롯해 키보드에 남궁영숙씨(57), 퍼스트기타에 임춘애씨(56), 세컨기타에 양여숙씨(53), 베이스에 오수지씨(49), 보컬에 김나경(48)씨와 김희경씨(39) 등이다.

결성 당시 회원들은 음악학원에서 배운 초보수준의 연주경험으로 겨우 악보를 보며 장단을 맞추는 수준에 불과했다.

더구나 회원 대부분이 주부로 구성돼 가사노동과 생업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늘 부족했고 연습실과 악기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도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성 3년이 지난 지금 레인보우 회원들은 22회가 넘는 공연을 통해 조금씩 실력을 검증받으면서 전국최고의 여성그룹사운드로 발전하고 있다.

‘레인보우’의 음악에는 열정이 담겨 있다. 아이 키우고 살림하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 매주 월·금요일 3시간씩 연습시간을 갖고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멤버들은 3년을 빠짐없이 모여 땀을 흘리고 있다.

그래서 멤버들은 친언니·동생같이 지내면서 서로의 실력을 평가해 주고 응원해주며 레인보우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회원들은 무대에 오를 때면 “10대 가수가 부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레인보우의 공연은 대부분 불우이웃돕기나 병원, 요양원 등에서 열리는 봉사공연이 많다.

이는 레인보우의 음악을 지도하고 있는 ‘거제·통영 한음필’ 단장인 김도연씨(48)의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

▲ 거제 아줌마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전꾸 최고의 여성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으로 가득찬 여성 7인조 그룹사운드 ‘레인보우’가 그 주인공.

김도연씨가 그동안 불우이웃 등 소외계층을 위해 참여한 봉사공연은 모두 200여회가 넘는다. 당연 그에게 음악을 지도받은 레인보우 회원들도 스승의 그런 모습을 보며 사회봉사에 눈을 뜨게 된 것.

특히 퍼스트기타를 맡고 있는 임춘애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매년 4회씩 거제지역에 있는 독거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송미옥 레인보우 단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변동수 고문님의 든든한 지원과 공연 횟수가 늘면서 주위에서 많은 성원을 보내 준 덕분에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비록 부족한 실력을 지닌 아줌마 그룹사운드지만 무대에 오를 때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기쁨을 느낀다”고 즐거워했다.

그녀는 또 “레인보우는 단순히 음악만 즐기는 여성 그룹사운드가 아닌 소외된 이웃과 늘 함께 할 수 있는 전국최고의 아줌마그룹사운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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